

서울 고려대 앞에서 20년 넘게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의 한 끼를 책임져 온 ‘영철버거’의 창업주 이영철 씨가 별세했다. 향년 58세,
13일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사망했다. 그는 그동안 폐암 4기로 투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 씨는 고려대 앞에서 1000원짜리 햄버거를 파는 영철버거를 운영하며 유명세를 얻었던 인물이다.
2000년 리어카 노점에서 영업을 시작한 그는 돼지고기와 양배추, 양파를 볶아 핫도그 빵에 가득 넣은 햄버거를 단돈 1000원에 판매했다. 여기에 콜라를 무제한으로 제공해 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이른바 ‘1000원 버거’는 고려대 학생들 사이에서 명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와 식비 한 푼이 아쉬운 학생들에게 영철버거는 값싼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됐다. 한때 하루 판매량이 2000개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리어카 노점에서 출발한 영철버거는 매장 운영과 프랜차이즈 확장으로 이어졌고, 한때 전국에 80여 개 가맹점을 운영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재료비 인상과 메뉴 고급화, 외식업 경쟁 심화 등의 영향으로 2015년 문을 닫았다.
폐점 소식이 전해지자 고려대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영철버거 살리기’에 나섰다. 크라우드펀딩에는 2600여 명이 참여했고, 하루 만에 2000만원, 2주 만에 7000만원이 모였다. 모금된 자금은 가게 보증금 등 영철버거 재개점을 위한 종잣돈으로 사용됐다. 영철버거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2016년 다시 문을 열었다.
고려대 학생들이 영철버거를 위해 자발적인 모금에 나선 배경에는 이 씨의 기부 활동이 있었다. 이 사장은 2004년부터 매년 2000만원씩 ‘영철 장학금’을 기탁해왔다.
경영이 나빠지던 때도 연세대와 정기 교류전을 할 때마다 공짜 버거를 뿌렸다. 빚까지 내가며 기부를 이어가는 이 씨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도 많았다고 한다.

재개점한 가게에는 ‘천원 스트리트 버거’는 없었다. 대신 이 씨는 새 메인 메뉴 이름을 ‘돈 워리 버거’라 붙였다. 그는 "학생들이 내 걱정을 많이 하더라. 아저씨는 꼭 다시 일어설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돈 워리’라고 명명했다"고 소개했다.
이 씨의 부고 소식이 알려진 후 고려대 영어교육과 출신 KBS 아나운서 최승돈을 비롯해 고려대 동아리, 동문의 애도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