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한 고추장 양념에 윤기 흐르는 돼지고기, 밥 위에 척 얹어 한 숟갈 크게 떠먹으면 하루 피로가 싹 풀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제육볶음이다.

흔한 듯하면서도 매번 사먹게 되는 이유는 집에서는 ‘그 맛’을 내기 어려워서다. 하지만 몇 가지 포인트만 기억하면 집에서도 백반집이나 기사식당 못지않은 제육볶음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먼저 고기는 앞다리살이나 목살을 쓰는 것이 좋다. 앞다리살은 지방이 적고 담백한 맛을 내며, 목살은 적당한 기름기로 풍미가 깊다. 고기의 두께는 0.5cm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두꺼우면 양념이 배지 않고, 너무 얇으면 씹는 맛이 떨어진다. 핏물은 키친타월로 꼭 닦아내야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난다.
양파, 대파, 청양고추는 제육볶음에 빠질 수 없는 채소다. 양파는 단맛을 내주고, 대파는 파기름으로 고소한 향을 더하며, 청양고추는 뒷맛에 칼칼한 여운을 남긴다. 매운맛이 부담스럽다면 고추는 생략해도 된다. 당근이나 양배추를 추가해도 좋지만, 지나치게 많은 채소는 고기의 맛을 흐릴 수 있다.

제육볶음의 맛은 결국 양념장이 좌우한다.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1.5큰술, 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맛술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약간, 후춧가루와 참기름을 넣어 만든다. 고추장과 고춧가루는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걸로 고르고, 설탕 대신 매실청이나 조청을 넣어도 감칠맛이 난다. 양념장은 고기와 섞기 전에 미리 만들어 10분 정도 숙성시키는 게 좋다. 재료끼리 어우러져 훨씬 부드러운 맛을 낸다.
재운 고기는 최소 20분 이상 냉장 숙성하는 것이 포인트다. 바쁜 날이라면 생략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 고기 속까지 양념이 배어 한결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숙성한 고기는 센 불에서 볶아야 제 맛이 난다. 팬에 식용유를 두른 뒤 대파를 먼저 넣고 볶아 파기름을 낸다. 이 파기름이 전체적인 풍미를 살리는 핵심이다. 그다음 고기를 넣고 익히다가 양파와 고추 등 채소를 함께 볶아준다. 고기가 익으면서 나오는 수분이 양념과 섞여 윤기 나는 제육볶음이 된다.

마무리 단계에서 참기름을 한 바퀴 둘러주고, 통깨를 뿌리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접시에 담고 김가루나 반숙 계란을 곁들이면 한층 완성도 있는 한 끼가 된다. 남은 제육은 다음 날 김밥 속재료나 비빔밥 토핑으로 활용해도 훌륭하다.
이처럼 집에서 만드는 제육볶음은 어렵지 않다. 재료는 익숙하고 과정은 간단하지만, 맛은 기대 이상이다. 외식 대신 집밥을 선택하고 싶은 날, 가족들에게 든든한 한 끼를 대접하고 싶은 날, 이 레시피 하나면 충분하다. 기사식당 갈 필요 없이 집에서도 푸짐하고 맛깔난 제육볶음을 즐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