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선 조용히 지나갔던 한 편의 한국 영화가, 안방으로 무대를 옮기자마자 분위기를 뒤집었다.

올여름 개봉 당시 관객 3만 명도 채우지 못했던 작품이 넷플릭스 공개 직후 곧바로 ‘한국 2위’에 오르며 ‘대이변’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흥행 성적표가 플랫폼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숫자로 증명한 사례다.
정체는 신승호, 한지은, 박명훈, 전소민 주연의 영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Only God Knows Everything)’이다. 이 작품은 지난 1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뒤, 다음 날 곧바로 순위 상위권에 안착하며 화제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13일 넷플릭스 코리아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순위에 따르면 1위는 ‘살인자 리포트’, 2위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 3위는 ‘전지적 독자 시점’, 4위는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5위는 ‘콜 오브 와일드’, 6위는 ‘악마가 이사왔다’, 7위는 ‘계춘할망’, 8위는 ‘트롤의 습격2’, 9위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10위는 ‘트롤의 습격 ’순이다.
특히 제작비 300억 대작으로 거론되는 ‘전지적 독자 시점’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는 점이 이번 ‘반전’의 핵심이다. “극장에선 3만도 못 채웠는데, OTT에선 2위”라는 대비가 한 줄로 요약된다.

작품의 장르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사제 서품을 받은 신부 정도운(신승호)이 실종된 어머니의 죽음과 맞물린 ‘고해성사’를 듣게 되면서, 신앙과 복수 사이에서 갈라지는 선택의 경계에 선다.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은 고해성사라는 종교적 장치를 서사의 중심에 놓고, 인간의 신념과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진실을 좇을수록 인물의 확신이 흔들리고, 그 균열이 다시 추적의 동력이 되는 구조다.
배우들의 연기 결도는 이 영화의 긴장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신승호는 ‘갓 사제가 된 인물’이 겪는 혼란과 분노를 과하게 폭발시키기보다, 눌러 담은 표정과 시선으로 쌓아 올린다. 한지은은 강력계 형사 윤주영 역으로 냉철함과 내면의 상처를 동시에 드러내며 수사의 축을 형성한다.

박명훈은 기괴하고 폭력적인 무당 심광운을 맡아 섬뜩한 몰입감을 만들고, 전소민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백수연으로 연기 변신을 꾀하며 극의 온도를 끌어올린다. 서로 다른 결의 인물들이 한 사건을 중심으로 엇갈리면서,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을 강화한다.
스포츠투데이에 따르면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백 감독은 기획 의도를 전하며 종교의 어두운 면을 마주했을 때 “무엇이 맞는가”를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목과 관련해서도 원작은 다른 제목을 갖고 있었지만, 부제에서 가져온 현재의 타이틀을 유지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배우들 역시 캐릭터 구축 과정에 힘을 실었다. 신승호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인물”이라 선택했고, 인물이 신앙인과 자연인 사이에서 흔들릴 때 관객의 판단이 쉽게 서지 않길 바랐다고 말했다. 박명훈은 역할을 위해 10kg을 증량했다고 했고, 전소민은 “이 작품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변신의 각오를 전했다.
이 영화의 현재 흐름은 ‘극장 성적’이 곧 ‘콘텐츠 수명’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름엔 극장에서, 겨울엔 안방에서—같은 작품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발견될 수 있다.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이 넷플릭스 공개 직후 ‘한국 2위’에 오른 배경엔, 밀도 높은 미스터리 구조와 배우들의 강한 캐릭터 플레이가 플랫폼 시청 환경과 맞아떨어진 지점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은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3만 관객에 멈췄던 여름의 성적표를, 안방에서 ‘순위’로 다시 쓰기 시작한 이 대반전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