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을 발단으로 시작된 통일교 금품 로비 의혹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통일교 문제로 국민의힘을 공격해온 더불어민주당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재판에서 "국민의힘만이 아니라 민주당에도 여러 차례 접근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8월 김건희 특검 조사 과정에서 민주당 중진 의원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민주당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조직적 불법 후원이 아니기에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으나, 8일 '정치인 15명 지원설'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결국 특검은 9일 민주당 인사 관련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 같은 날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실명이 처음 보도됐다. 윤 전 본부장이 2018~2020년 전 장관에게 현금 3000만~4000만 원과 명품 시계 2점을 전달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전 장관은 즉각 "전부 허위"라고 반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특정 종교 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지위고하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윤 전 본부장이 특검 진술 과정에서 언급한 금품 수수 의혹 정치인 5명의 실명이 추가로 보도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명단에는 전 전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김규환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포함됐다.
전 전 장관은 11일 미국 출장에서 귀국한 직후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전 장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해수부와 이재명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사퇴를 결정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현직 장관의 첫 사퇴다.
정동영 장관도 11일 입장문을 내고 "2021년 9월 30일 가평 천정궁에서 윤 전 본부장과 10분가량 차를 마신 게 전부"라며 "그 뒤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30년 정치 인생에서 단 한 차례도 금품 관련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없다"며 "근거 없는 낭설로 명예를 훼손한 일부 언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겠다"고 강조했다.
12일에는 통일교 측이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정진상 전 당 정무조정실장, 강선우 의원 등을 접촉하며 관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사자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통일교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사람이 누구든, 소속과 직책을 불문하고 예외 없이 조사해야 한다"며 "경찰 수사와 별도로 국회는 즉시 '통일교 게이트 특검'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특검 흔들기와 물타기에 불과한 정치공세"라고 반발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여러 언론에서 민주당 인사 명단이 우후죽순 쏟아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명확한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면서도 "당 소속 의원과 당원 관련 부분의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면 이 대통령의 말씀대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차 없이 명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선 정청래 대표가 "2차 종합특검으로 미진한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밝힌 점이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추가 특검을 주장하면서도 같은 특검에서 파생된 통일교 의혹을 제외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다.
경찰은 전 전 장관과 임종성 전 의원, 김규환 전 의원을 입건해 수사를 시작했다. 나경원 의원과 정동영 장관에 대해서는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입건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