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발효가 만났다…파인 다이닝에서 재해석된 뜻밖의 만남

2025-12-13 10:42

전통 발효의 본질을 담은 크림치즈 5가지 메뉴 공개

지난 12월 9일 오후, 서울 잠실에 위치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비채나'에서 미국유제품수출협회(USDEC)가 주최한 미식 쇼케이스 ‘미국 크림치즈와 함께한 한식의 새로운 길 美味(미미)’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광식 비채나 총괄 셰프는 “이 행사는 미국 치즈와 한국 발효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길을 낼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명이, 누룩, 유자, 감태 등 한국 고유 식재료를 발효·건조한 파우더와 미국산 크림치즈를 조합한 '발효 크림치즈 베이스 / 미국유제품수출협회 제공
명이, 누룩, 유자, 감태 등 한국 고유 식재료를 발효·건조한 파우더와 미국산 크림치즈를 조합한 '발효 크림치즈 베이스 / 미국유제품수출협회 제공

이번 행사는 미국산 크림치즈를 한국의 전통 발효 식재료와 결합해 동서양의 조리 철학이 교차하는 새로운 한식의 가능성을 제안한 자리였다. 미국대사관 농무참사관 켈리 스탱(Kelly Stange)과 가온 소사이어티 김병진 부사장이 현장을 찾았고, 미국유제품수출협회 글로벌 푸드서비스 부문 에이미 푸어(Amy Foor) 부사장은 영상으로 축사를 전했다. 에이미 푸어는 "미국 치즈와 한국 발효 음식은 숙성과 발효를 통해 깊이 있는 맛과 질감을 완성한다"며, 두 식문화의 공통된 가치를 언급했다.

전광식 셰프는 이번 협업의 핵심을 ‘한식 발효’에 뒀다. 그는 전통 발효의 구조를 해석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응용하기 위해 명이나물, 누룩소금, 유자, 감태 등 네 가지 한국 식재료를 발효·건조해 파우더 형태로 만들고, 이를 미국산 크림치즈와 융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크림치즈의 부드러운 질감은 유지하되, 한국 발효 재료의 향과 감칠맛을 섬세하게 더해 새로운 미감을 구현한 셈이다.

이날 공개된 ‘발효 크림치즈’는 다섯 가지 메뉴로 확장됐다. 감태 크림치즈는 전통 김부각을 활용한 요리에 담겼다. 찹쌀죽을 발라 튀긴 김부각 사이에 감태 크림치즈를 샌드해 바삭한 식감과 바다의 풍미를 함께 살렸다. 명이나물 크림치즈는 육회 증편과 결합됐다. 구워 튀긴 증편 위에 조청 간장 양념의 육회와 명이 크림치즈, 노른자 가루를 더해 농도 있는 풍미를 완성했다. 유자 크림치즈는 대게살·감자·볶은 양파를 섞어 만든 튀김 요리에 담겼고, 산뜻한 유자 향이 해산물의 단맛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미국산 크림치즈로 개발한 한식 메뉴 설명을 하고 있는 비채나 전광식 셰프.   / 미국유제품수출협회
미국산 크림치즈로 개발한 한식 메뉴 설명을 하고 있는 비채나 전광식 셰프. / 미국유제품수출협회

누룩소금 크림치즈는 비빔국수에 활용됐다. 양파 장아찌와 김치볶음을 곁들여 담백함을 살렸으며, 별도로 제공된 새우젓 크림을 더하면 또 다른 발효의 깊이를 맛볼 수 있게 했다. 마지막 디저트는 곶감 크림치즈였다. 곶감 채와 견과류, 원당을 섞은 크림치즈로 속을 채운 뒤 바삭하게 구워 부드럽고 고소한 단맛을 강조했다.

이번 메뉴 구성은 전광식 셰프가 이끄는 비채나 팀이 전통 발효에 기반해 미국산 크림치즈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해석한 결과다. 그는 “전통 발효의 본질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더하는 것이 비채나의 철학”이라며, “이번 협업은 서로 다른 식문화가 대비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통해 서로 확장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유제품수출협회는 이번 쇼케이스를 통해 크림치즈가 한식 내에서도 창의적이고 깊이 있는 조합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치즈 생산국으로, 2024년 기준 약 650만 톤의 치즈를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50개 주 전역에 걸쳐 안정적인 원유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가온 소사이어티의 김병진 부사장은 2003년부터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온 인물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 발효와 글로벌 식재료 간의 조화를 모색했다. 그는 “한식의 정체성과 크림치즈의 가능성이 이번 작업을 통해 창의적으로 연결되었다”고 말했다.

‘미국 크림치즈와 함께한 한식의 새로운 길 美味(미미)’는 단순한 요리 쇼케이스를 넘어, 발효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식문화가 만나 새로운 미각의 경계를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