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맺힌 한(恨), 마침내 풀리나~여순사건 진상규명 '가속페달'

2025-12-12 16:00

올해 목표 초과 달성, 특별법 개정, 트라우마센터 국비 확보 등 전방위적 성과…희생자 명예회복 '청신호'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7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억울한 죽음과 숨죽인 유족들의 아픔으로 남았던 여순사건의 진실을 향한 시계가 마침내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라남도(도지사 김영록)가 올 한 해 동안 진상규명 조사와 법적 기반 마련, 유족 치유 지원 등 다방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희생자와 유족들의 오랜 염원인 완전한 명예회복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이고 있다.

#멈췄던 시계가 다시 움직인다…조사·심의 ‘역대급 속도’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지지부진했던 진상규명 작업에 붙은 강력한 추진력이다. 전라남도는 올해 유족들이 가장 애타게 기다려온 희생자·유족 심의·결정 건수를 대폭 끌어올렸다. 조사 인력과 심의 일정을 집중 운영한 결과, 현재까지 전체 신고 1만 879건 중 약 69%에 달하는 7,493건의 처리를 완료했다. 이는 올해 목표치였던 7,465건을 초과 달성한 수치로, 수십 년간 묵혀있던 사건 파일들이 마침내 빛을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앙위원회와의 협력 체계 또한 강화돼, 향후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추모와 지원, 이제는 '법'으로 보장한다

올해 이뤄낸 '여순사건 특별법' 개정은 미래를 위한 가장 단단한 주춧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법 개정으로 그동안 미뤄졌던 추모공원 조성 등 각종 위령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는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지원이 시혜적인 조치를 넘어 제도로서 항구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다.

#기억하고, 기록하고, 미래와 나누다

진실 규명과 함께, 아픈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미래 세대와 공유하려는 노력도 활발히 진행됐다. 지난 10월 거행된 제77주기 합동추념식은 지역사회가 여순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함께 되새기는 공식적인 추모의 장이 되었다. 또한, 제2회 '여순사건 평화문학상' 공모를 통해 문학이라는 매개체로 비극의 역사를 기록하고, 세대를 넘어 공감대를 확산하는 사회적 기반을 넓히고 있다.

#몸보다 깊은 마음의 상처, 국가가 보듬는다

수십 년간 이어진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실질적인 발걸음도 시작됐다. 유족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국립전남트라우마치유센터' 건립을 위한 시범사업 국비가 확보된 것이다. 이는 국가가 비로소 희생자와 유족들이 겪어온 깊은 마음의 상처를 인정하고, 이를 치유하는 것 역시 국가의 책임임을 인정한 상징적인 성과다. 전남도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정식 센터 건립까지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길용 전라남도 여순사건지원단장은 “여순사건의 완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역사적 책무”라며 “앞으로도 유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피해보상과 위령사업 등 남은 과제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