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검찰청 검사로 강등된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1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저는 잠시 남을래요’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살다 보니 인사개요의 두 꼭지 중 한 꼭지를 오롯이 저만을 위해 기술한 인사를 받게 되는 날이 오기도 한다"라며 "제가 그렇게 중요한 인물인가 싶어 일견 뿌듯하기까지 하다"라고 자조 섞인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나가라는 압박인 듯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해 좀 더 남아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이번 인사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이번 인사는 법령을 명백히 위반한 소지가 있어서 좀 다뤄보려고 한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법령을 지키는 것'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차원의 법적 다툼을 해볼까 한다"고 적었다.
그는 "인사는 조직 구성원을 적재적소에 쓰기 위한 고도의 정밀한 작업이어야지, 맘에 안 드는 사람에게 모욕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렇다고 제가 이번 인사에 딱히 모욕감을 느꼈다는 말은 아니다.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정 연구위원은 "20년이 넘는 세월 저를 인간적으로, 그리고 법률가로서 성장시켜 준 검찰에 소소하게나마 보답하는 의미에서 뭔가 선례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 걱정 해주시는 동료분들이 많아 감사하다. 하지만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 저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활력이 넘친다"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정 연구위원 글을 읽은 공봉숙 서울고등검찰청 공판부 검사는 “너무 속상해 눈물이 다 났는데 검사장님 말씀 보니 안심이 된다. 보도자료의 반을 채우셨으니 그냥 사라져주시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끝까지 응원하겠다”란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는 이날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 성명을 낸 검사장들에 대한 '징계성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달 법무부가 대장동 항소 포기에 집단 성명을 낸 검사장들의 징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예상됐던 것이다. 일선 검사장 18명은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의 경위 설명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반발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집단성명 작성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일선 지검장 3명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성 보직 이동됐다. 박혁수 대구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이 포함됐다. 김창진·박현철 검사장은 인사 발표 직후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검찰청법상 검사의 직급이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나뉘기 때문에 검사장을 고검 검사로 발령하는 것은 '강등'이 아닌 적법한 전보 조처라는 입장이다.
다만 한 번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검사들은 이후 인사에서 좌천성 발령을 받더라도 계속해서 대검검사급 보직을 맡는 것이 검찰 관례였던 만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령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에선 검사장의 보직을 11개로 제한하고 있어 이를 개정하지 않는 한 검사장의 강등 조치는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골적인 입막음용 인사'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