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30년까지 거론됐던 권도형…미국 법원에서 형량이 나왔다

2025-12-12 08:03

형기 절반 채운 뒤 한국 이송·국내 재판 가능성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가 미국 법원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권도형 / 유튜브 'KBS News' 보도화면 캡처
권도형 / 유튜브 'KBS News' 보도화면 캡처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11일(현지시간) 사기 공모와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권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수익 환수 명령을 내렸다.

재판에 넘겨진 혐의는 스테이블코인 ‘테라USD’를 둘러싼 각종 사기와 공모 행위다. 검찰은 권 씨가 테라USD가 1달러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하며 투자자를 유치했고 실제로는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았는데도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검찰은 증권사기와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자금세탁 공모 등 9개 혐의로 권 씨를 기소했고 모든 혐의가 유죄가 될 경우 이론상 최대 130년형까지 가능하다고 봐왔다.

◈ 플리바겐 합의에도 12년 구형보다 무거운 15년형 선고

권 씨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직후까지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테라USD 설계와 운용이 알고리즘에 따른 것이었고 시장 급락은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하지만 재판이 이어지면서 태도를 바꿨다. 권 씨는 지난 8월 사기 공모와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두 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는 이른바 ‘플리 바겐’(유죄 인정 조건부 형량 조정) 합의에 동의했다. 이때 약 1900만 달러, 우리 돈 270억 원 안팎의 재산을 몰수당하는 조건도 받아들였다. 그 결과 재판은 유무죄를 다투는 단계 없이 곧바로 양형 절차로 넘어갔다.

미 연방검찰은 플리 바겐 합의에 따라 권 씨에게 최대 12년 형을 구형했다. 변호인 측은 몬테네그로 구금 기간과 한국에서 추가 형사재판을 받을 가능성을 이유로 들어 형량이 5년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들 주장보다 무거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테라·루나 붕괴로 인한 손실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고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과 투자자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남겼다는 점이 양형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 몬테네그로 체포에서 미국 송환까지…형기 절반 뒤 한국 이송 여지도

권 씨는 2023년 3월 유럽 남동부 국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이동하려다 위조 여권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현지 당국이 신병을 확보하면서 미국과 한국이 동시에 인도를 요청했다. 권 씨는 자신이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적 다툼을 벌였지만 결국 지난해 말 미국으로 인도됐다. 이후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이번 선고에는 향후 신병 처리와 관련된 조건도 함께 담겼다. 미 법무부는 플리 바겐 합의에 따라 권 씨가 선고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고 합의 조건을 지킬 경우 국제수감자이송 프로그램 신청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조항에 따라 권 씨가 형기의 절반을 채운 뒤 본인이 신청하면 한국 교정시설로 이송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실제 이송 여부와 시점은 한·미 사법당국의 협의와 국내 재판 진행 상황 등을 종합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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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 붕괴 여파 여전히 진행형

미국 형사재판과 별도로 한국 수사와 재판도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테라·루나 발행과 거래 구조를 둘러싸고 자본시장법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권 씨를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 형이 확정된 뒤 권 씨가 한국으로 이송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국내 형사 절차가 진행될지, 한국 투자자 피해 구제와 민사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테라폼랩스는 스테이블코인 ‘테라’를 미 달러 가치에 1대 1로 연동한다는 ‘테라 프로토콜’을 내세웠다. 루나 가격과 연동된 알고리즘 구조를 통해 별도 담보 없이도 달러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2022년 5월 달러 연동이 깨지며 시세가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테라·루나 가격이 사실상 전부 증발했고 약 4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