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수출액이 206억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늘어났다. 수입 역시 8.0% 증가했지만, 수출 증가폭이 더 컸던 덕분에 무역수지 적자는 7,000만 달러 수준으로 대폭 축소되며 균형을 맞춰가는 모양새다.

이번 수출 실적을 견인한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라 불리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무려 45.9%나 급증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52억 7,200만 달러어치가 해외로 팔려 나갔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5.6%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12월 비중이 20.6%였던 것과 비교하면 5.0%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책임지며 확실한 효자 노릇을 했다.

반도체와 함께 IT 기기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4%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무선통신기기 역시 25.1% 늘어나며 힘을 보탰다. 전통적인 주력 품목인 석유제품도 23.1% 증가하며 상승 흐름을 탔다. 다만 모든 품목이 웃지는 못했다. 승용차 수출은 5.7% 뒷걸음질 쳤고, 선박 수출은 47.7%나 급감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 지도를 펼쳐보면 국가별 희비도 엇갈렸다. 중국과 베트남으로 향하는 물동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대중국 수출은 12.9% 증가했고, 특히 베트남 수출은 35.8%나 급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대만(15.2%)과 유럽연합(2.6%)으로의 수출도 늘었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3.2% 감소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흥미로운 점은 상위 3국인 중국, 미국, 베트남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3%에 달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측면에서는 에너지 가격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있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원유(-11.5%), 가스(-11.8%), 석탄(-20.6%)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이 모두 줄었다. 전체적으로 에너지는 12.6% 덜 수입됐다. 이는 무역수지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은 13.3% 늘어났고, 반도체 완제품 수입도 20.8%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13.3%), 미국(26.4%), 유럽연합(18.1%)으로부터의 수입이 늘어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의 수입은 36.1% 급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12월 초순의 성적표는 반도체의 부활과 에너지 수입 감소가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다. 지난 8월 11억 달러가 넘었던 무역 적자가 9월, 10월을 거치며 점차 줄어들더니, 이번 달에는 7,000만 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24억 2,000만 달러로 3.5% 증가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