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국민 간식이 있다. 종이봉지 속에서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는 군고구마다.

그동안 군고구마는 ‘그냥 오래 굽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SNS를 중심으로 “집에서도 파는 꿀고구마처럼 굽는 비밀 레시피”가 공유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핵심은 의외로 간단하다. 갓 구운 고구마를 잠시 ‘얼음물’에 담갔다가 한 번 더 굽는 것이다.
최근 유튜브 채널 ‘오늘 뭐 먹지?’에 올라온 ‘꿀고구마 굽는 방법’ 영상이 대표적이다. 영상에서 유튜버는 한겨울 달콤한 꿀고구마를 집에서 실패 없이 만드는 법을 단계별로 소개한다. 먼저 고구마 양쪽 끝을 칼로 살짝 잘라낸다. 양 끝을 정리해주면 열이 속까지 더 고르게 들어가고, 익는 동안 수분이 빠져나가는 통로가 되어 전체적으로 더 촉촉하고 부드럽게 익는다는 설명이다.

다음 단계는 에어프라이어다. 바닥에 종이호일을 깔고 고구마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올린 뒤 190도로 25분간 한 번 구워준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군고구마 레시피와 비슷하지만, 진짜 비밀은 그다음에 등장한다. 바로 차가운 얼음물이다. 유튜버는 고구마가 한 번 구워져 나온 직후, 얼음을 둥둥 띄운 찬물에 고구마를 2~3분 정도 그대로 담가둔다.
언뜻 보면 “갓 구운 고구마를 얼음물에 넣으면 금방 식어서 맛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이 레시피의 포인트다. 얼음물에 잠시 담그는 과정에서 고구마 표면과 내부가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겪으면서 열팽창과 수축이 반복된다. 이때 조직 사이 미세한 틈이 생기고, 다시 굽는 동안 그 틈으로 수분과 당분이 골고루 퍼지면서 속이 더 촉촉하고 달콤해진다는 원리다.

얼음물에 담근 고구마는 물기를 가볍게 털어낸 뒤 다시 에어프라이어로 향한다. 온도는 동일하게 190도, 시간 역시 약 25분으로 한 번 더 구워준다. 이렇게 두 차례 굽는 과정을 거치면 껍질은 자연스럽게 쪼글쪼글하게 오그라들고 손으로 쓱 벗겨질 만큼 부드러워진다. 속살은 마치 꿀을 섞어 넣은 듯 촉촉한 황금빛을 띠며, 단맛이 훨씬 또렷해진다. 온라인에서는 이 레시피를 두고 “저렴한 고구마로 했는데도 파는 군고구마랑 차이가 안 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버 역시 영상에서 “꿀이 줄줄 흐른다. 저렴한 고구마 사서 했는데 완전 파는 군고구마가 따로 없다”며 “한 시간 무조건 투자할 만하다. 에어프라이어 190도 25분, 얼음물 2분, 다시 190도 25분만 기억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에어프라이어 설정과 시간만 기억해 두면 누구나 집에서 ‘꿀고구마’를 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꼭 얼음물이 아니어도 되지만, 물이 차가울수록 효과는 확실해진다. 고구마 내부의 온도 차가 클수록 열팽창과 수축이 뚜렷하게 일어나 조직 사이가 더 섬세하게 갈라진다. 이 과정에서 고구마에 남아 있던 수분이 한 번 더 안쪽으로 스며들고, 굽는 동안 전분이 당으로 천천히 변하면서 단맛이 극대화된다는 설명이다. 고구마 크기와 품종에 따라 굽는 시간은 조금씩 조절해도 무방하다. 겉이 살짝 태운 듯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200도까지 온도를 올리거나, 보유한 에어프라이어의 최고 온도로 올려 굽는 방법도 가능하다. 다만 한쪽 면만 과하게 타지 않도록 중간중간 뒤집어 주는 것이 좋다.
이처럼 꿀고구마 레시피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은 “어떤 고구마를 사야 더 맛있게 구워질까”로 이어진다. 맛있는 고구마를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겉모양이다. 표면이 지나치게 군데군데 파여 있거나 상처가 많고, 검은 반점이 심한 고구마는 피하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매끈하고 균형 잡힌 모양에 가까울수록 익었을 때 당도와 식감이 더 안정적인 편이다. 품종마다 껍질 색은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색이 선명하고 고르게 퍼져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을 때 단단하게 느껴지는 고구마가 수분과 전분 비율이 적당해 구웠을 때 맛있게 변한다.

두 번째 기준은 무게감이다. 비슷한 크기인데도 유난히 묵직하게 느껴지는 고구마일수록 속이 꽉 차 있고 수분과 당이 충분히 들어 있어 촉촉하고 달콤하다. 반대로 들었을 때 가볍고, 껍질이 쭈글쭈글하게 말라 있는 고구마는 이미 수분이 많이 빠져 퍽퍽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고구마 끝부분에 싹이 나 있거나 곰팡이 흔적이 보이는 것도 피해야 할 신호다. 구입 후에는 비닐봉지보다는 신문지나 종이봉투에 싸서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면, 저장 과정에서 전분이 천천히 당으로 변해 당도가 한층 올라간다.
군고구마가 겨울철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손에 쥐기만 해도 온기가 전해져 자연스러운 손난로 역할을 해주고,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한 향과 함께 속까지 따뜻해지는 데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시장·편의점·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세대 구분 없이 좋아하는 ‘안전한 선택’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연탄불, 화덕, 오븐, 에어프라이어 등 조리 도구만 있으면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어, 겨울만 되면 한 번쯤은 찾아 먹게 되는 간식으로 굳어졌다.

고구마는 품종에 따라서도 매력이 달라진다. 밤고구마는 수분이 적고 전분 함량이 높아 구웠을 때 포슬포슬하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퍽퍽한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우유 한 잔과 함께 먹기 좋은 스타일이다. 반면 호박고구마와 베니하루카 계열은 수분과 당도가 높아 구웠을 때 속이 촉촉하게 젖어 나오고, 꿀이 흐르듯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최근 ‘꿀고구마’ 레시피와 잘 어울리는 품종이기도 하다. 자색고구마는 단맛은 비교적 덜하지만 구웠을 때 은은한 단맛과 특유의 구수한 향, 선명한 색감 덕분에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처럼 품종별로 식감과 풍미가 확연히 달라,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즐거움도 크다.
맛뿐 아니라 건강 측면에서도 고구마는 겨울철에 더욱 빛을 발한다. 풍부한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과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장 운동을 촉진해 배변 활동에도 유익하다. 고구마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성분은 활성산소를 줄이는 데 기여해 노화와 각종 생활습관병 위험을 낮추는 데 한몫한다. 비타민 C와 칼륨 역시 풍부해 면역력을 돕고,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 관리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달콤한 겨울 간식을 찾을 때 케이크·디저트류 대신 군고구마를 선택하면, 상대적으로 당과 지방 부담을 줄이면서도 충분한 단맛과 포만감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얼음물을 활용한 ‘두 번 굽기’ 비법까지 더하면, 집에서 즐기는 군고구마 한 개가 그 어떤 겨울 디저트 부럽지 않은 “꿀고구마”로 변신한다. 갓 구운 고구마를 얼음물에 잠깐 담갔다가 다시 구워냈을 뿐인데, 가족들이 겨우내 “또 해달라”고 말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