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떴다…이동진 선정 올해의 해외영화 톱10, 1위는 바로 '이것'

2025-12-11 10:32

이동진이 선정한 2025년 최고의 영화는?
올해 해외영화 베스트 10

2025년 한 해를 관통한 영화들의 향연이 막을 내렸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선정한 올해의 해외영화 베스트 10이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를 통해 공개됐다. 선정된 10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2025년 영화계를 빛냈다.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10위 - '국보'

'국보' /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국보' /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일본 영화 '국보'가 10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일본 실사 영화 역대 1위의 흥행을 기록할 정도로 역사적인 작품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최근 일본 영화의 뛰어난 작품들이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다"며 "'국보'가 대중적으로도 이를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이 영화는 가부키를 소재로 했는데, 이는 미조구치 겐지의 '마지막 국화 이야기'(1939) 이후 약 70년 만이다. 이 평론가는 "일본 사람들도 가부키를 잘 모른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 우리가 판소리 잘 모르는 것처럼 그렇다"며, "그럼에도 사람을 끌어 모은 이유는 다루는 터치나 인간에 대한 이해, 예술에 대한 시선이 굉장히 보편적이면서도 원형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1964년부터 2014년까지 50년을 다루지만 그간의 역사적 사건은 배제했다. 이는 중국 영화 '패왕별희'와의 결정적 차이다. 이 평론가는 "패왕별희도 예술가의 삶을 다뤘지만, 문화대혁명 같은 것이 너무 중요하게 나오기도 한다. 반면 이 영화는 역사나 사회보다 오로지 한 예술가와 예술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와의 유사성도 언급했다. "'서편제'도 예술 지상주의이고, 예술과 삶이 있을 때 삶보다 예술이 더 크다고 말하는 영화"라며 "예술가는 예술의 숙주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의 제목을 바꾸면 '예술의 생애'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평했다.

9위 - '내 말 좀 들어줘' (원제: Hard Truths)

'내 말 좀 들어줘' / 티캐스트
'내 말 좀 들어줘' / 티캐스트

마이크 리 감독의 '내 말 좀 들어줘'가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평론가는 "인물에 대한 탐구, 캐릭터 스터디의 궁극에 도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 리는 키친 싱크 리얼리즘의 대표 감독으로, 독특한 연출 방식으로 유명하다. 배우를 캐스팅한 후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배우에게는 자기가 나온 부분만 준다. 이 평론가는 "배우는 자기 캐릭터에 대해선 알 수 있지만 다른 캐릭터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같이 나올 때만 안다. 그런데 삶이란 실제로 그렇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주인공 펜지는 10분만 봐도 상종하기 싫은 인물이다. 세상에 대해 옳은 말을 한답시고 쓴소리를 감정 예의 없이 마구 퍼붓는다. 이 평론가는 "불편한 진실(Hard Truths)을 '너 진짜 뭐같이 생겼거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라며, "그렇게 밖을 향해 함부로 불편한 진실을 퍼붓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굉장히 깊은 곳에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8위 - '그저 사고였을 뿐'

'그저 사고였을 뿐' / 그린나래미디어, 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그저 사고였을 뿐' / 그린나래미디어, 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이 8위를 차지했다. 이동진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자파르 파나히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파르 파나히는 이란의 전제적 상황 속에서 민주화 시위 등을 통해 탄압을 받아 두 번이나 감옥에 갔다. 해외 출국과 영화제 출품도 금지됐다. 이 평론가는 "영화를 못 찍으니까 자기 얘기를 찍은 셈이다"며 "지금은 제한이 풀려 부산영화제까지 오셨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감독 자신이 수감 생활 동안 보고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한다. 감옥에서 눈을 가리고 고문을 했던 고문 기술자 에쿠발을 본 적은 없지만, 세월이 흘러 풀려난 후 똑같은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 평론가는 "목소리만으로 과연 이놈이 나를 고문한 놈인가를 놓고 다섯 명이 서로 다른 판단을 하면서 논의하고 폭력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약 13분의 롱테이크로, 밤에 두 사람의 대화로 이뤄져 있다. 이 평론가는 "근원적인 공간 속에 담긴 대화처럼 느껴진다. 신화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현실감이 있기도 하다"며 "절대 잊히지 않는 마지막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7위 -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 넷플릭스
'프랑켄슈타인' / 넷플릭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이 7위에 올랐다. 이 평론가는 "성찬을 대접받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델 토로는 자신이 가장 뛰어난 영화 10편을 꼽는 자리에서 거의 100년 전에 나온 '프랑켄슈타인'을 넣을 정도로 애착이 있었다. 이 평론가는 "괴물에 관해서 세계에서 제일 잘 만드는 감독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괴물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만들었으니 일생일대의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크리처 디자인부터 대단하다. 크리처를 연기한 배우의 키가 196cm로, 실제로 2m다. 이 평론가는 인도의 고대 경전 우파니샤드의 표현을 인용하며 "인간은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진 거대한 상처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를 너무 잘 보여주는 게 영화 속에 등장하는 크리처다. 크리처가 제일 바라는 게 어쩌면 인간처럼 '죽고 싶다'는 것인데, 이러한 역설도 굉장하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신과 피조물의 관계보다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집중한다. 이 평론가는 "괴물에게 목소리를 제대로 돌려준 감독"이라며 "1부는 만들어낸 빅터가 이야기하고, 2부는 괴물이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괴물은 자기가 피조물로 만들어졌을 때부터가 아니라 성에서 탈출할 때부터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며, "이는 곧 삶은 만들어졌을 때가 아닌 비로소 자기 의지를 갖고 생활할 때 시작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위 - '씨너스: 죄인들'

'씨너스: 죄인들'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씨너스: 죄인들'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너스: 죄인들'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평론가는 "라이언 쿠글러가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구나 깜짝 놀랐다"며 "이전 영화들도 좋았지만 월등히 뛰어난 탁월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최고의 예술 영화이자 좀비 영화의 컨벤션을 끌어들인 뱀파이어 영화"라며, "제목이 죄인들이라는 뜻인데, 결국 죄인들이 만든 천국에 관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삶이라는 것이 사실 폭력도 있고 비극도 있고 기쁨도 있고 우애도 있고 피도 있는데, 그 모든 것이 뭉뚱그려진 죄인들의 세상이 그들이 만들려는 공동체 속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천국처럼 변할 수 있는가를 역설적으로 말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5위 -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5위를 차지했다. 이 평론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숀 펜 등 스타 캐스팅도 주목해야 한며, 더불어 용기 있는 정치 영화이자 감동적인 가족 영화, 독창적인 액션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후반부 카체이스 장면을 극찬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카체이스는 코너링이 중요한데, 이 영화는 상하로 코너링이 있다. 너무 넘친다"며 "사실 차 3대만 나오고 역주행도 안 하는데, 특별한 로케이션의 특징과 촬영, 편집의 리듬 등이 너무 뛰어나다. 나의 카체이스 베스트에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토마스 핀천의 원작 소설 '바이런트'를 영화화했다. 원작은 1980년대 중반 시점에서 돌아보는 1960년대 이야기로, 60년대와 80년대를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영화는 시점을 현재로 만들고 16년 전 과거와 대비되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이 평론가는 "폴 토마스 앤더슨은 과거에 대한 코멘트를 너무 잘 이야기하는 사람인데, 이번엔 역사적 맥락이 가장 중요한 작품을 갖고 와서 이걸 완전히 휘발시켰다"며, "16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달라진 것 없는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즉, 투쟁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4위 -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 그린나래미디어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 그린나래미디어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이 4위에 올랐다. 이 평론가는 "마지막 장면이 정말 아름답고 처연하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엔딩"이라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인도 감독이 만든 인도 작품이지만 마살라 영화와는 다르다."며, "사티야지트 레이 같은 위대한 감독의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재능을 보여준 반가운 작품이자 올해 나온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영화는 초반부에 다큐멘터리 같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너무 시적인 느낌으로 변한다. 이 평론가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며 "후반부에서는 굉장히 환상적인 장면들이 있으면서 마지막 대단원을 향해 간다"고 설명했다.

제목에 대해 이 평론가는 "빛이라 상상했던 모든 것이 있으려면 반대로 현실에 어둠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영화를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나면 우리라는 것은 관객일 수도 있고, 감독일 수도 있고, 영화 자체일 수도 있다. 인간이 빛을 상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빛이 인간을 상상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3위 - '여행과 나날'

여행과 나날 / 엣나인필름
여행과 나날 / 엣나인필름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이 3위를 차지했다. 이 평론가는 "미야케 쇼의 최고작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1950년대 60년대 일본 영화의 최전성기에 나왔던 훌륭한 작품들이 갖고 있는 질감과 리듬, 깊이가 이 영화에 있다"고 평가했다.

주인공은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 각본을 쓰는 사람이다. 이 평론가는 "각본가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그것을 텍스트로 남기는 사람"이라며 "이 각본가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벽에 부딪혀 좌절한 예술가인데, 일상 공간을 떠나 여행을 가면서 말을 버리고 이미지를 쫓아간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일본 고전 만화가의 작품 두 개를 섞어 만들었다. 이 평론가는 "이 영화의 가장 대중적인 강점은 내가 실제로 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라며 "사건이 거의 없는 영화지만,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발견되는 것을 일상 혹은 삶에서의 기적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2위 - '브루탈리스트'

브루탈리스트 / UPI 코리아
브루탈리스트 / UPI 코리아

브래디 코벳 감독의 '브루탈리스트'가 2위에 올랐다. 이 평론가는 "고전이 될 운명을 탁월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작품은 브루탈리즘이라는 건축 사조를 다루는 영화로, 헝가리 출신의 미국 건축가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다. 이 평론가는 "다루고 있는 모든 방식에서 사실상 브루탈리즘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음악도 뛰어난데, 악기를 사용하는지가 다 들리고 악기의 질감이나 시대적 부분까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브루탈리즘은 형태, 구조, 재질을 그대로 과감하게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평론가는 "주인공의 삶을 다루는 방식이나 그 삶을 토대로 미국의 역사를 다루는 영화의 방식도 일종의 브루탈리즘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은 훌륭한 건축가지만 삶에서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삶이 훌륭한 사람도 아니다. 실수도 많이 하고 거짓말할 때도 있고 성을 돈 주고 사기도 한다.

이 평론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의 오욕도 영광도 모든 것을 영화는 골조와 구조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한 인간의 진실을 담아낸다"며 "마지막에 만들어내는 거대한 센터의 의미 속에 모든 것을 수렴시킨다"고 말했다.

1위 - '미세리코르디아'

미세리코르디아 / M&M 인터내셔널
미세리코르디아 / M&M 인터내셔널

알랭 기로디 감독의 '미세리코르디아'가 1위를 차지했다. 이 평론가는 "2025년에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욕망 타나토스와 성에 대한 욕망 에로스를 이야기할 때 많은 경우 이 두 가지를 역잡의 관계로 이야기하는데,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그 점이 굉장히 놀랍다"고 말했다.

욕망에 관해 다루는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독창적인 시선과 구현 방식은 특별했다. 이 평론가는 "훌륭한 영화가 거울의 역할 할 수도 있고 망치 역할할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명백히 망치에 해당하는 영화"라며 "코미디로까지 보이는 부분들도 있고 실제로 코미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이 영화가 제기하는 욕망의 시퍼런 현존에 관해 혀를 차시든지 감탄을 하시든지 여러 방식을 사용하시면서 영화를 보실 것 같다"며 "진짜 훌륭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동진 평론가는 11위부터 20위까지 스페셜 멘션을 발표했다. '그랜드 투어', '너는 나를 불태워', '노스페라투',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커닝', '미키 17', '바늘을 삼킨 소녀', '알레고리', '이츠 낫 미', '28년 후',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콘클라베'가 그 주인공들이다.

유튜브,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