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외친 김영록 전남도지사, ‘지게차·염전노예’ 오명 앞에 고개 숙였다

2025-12-10 17:10

김영록 전남도지사,세계인권선언 77주년 맞아 ‘정의로운 전남’ 다짐~“취약지대 개선, 정부에 건의할 것”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인권을 도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김영록 전남지사의 다짐은, 올해 전남을 뒤흔든 ‘나주 지게차 사건’과 ‘염전 장애인 노동착취 의혹’이라는 부끄러운 자화상 앞에서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울렸다.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 지사는 10일, 세계인권선언 77주년을 맞아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 “누구도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고, 모두의 존엄이 빛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선언의 이면에는, 여전히 존재하는 ‘인권취약지대’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자성이 깔려 있었다.

#잇단 인권 참사…“여전히 존재하는 사각지대”

전남도는 그동안 ‘인권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이주노동자 보호를 위한 ‘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를 개소하는 등 인권 행정의 기반을 다져왔다고 자평해왔다. 하지만 올해 발생한 잇단 인권 참사는 이러한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희생을 낳은 나주 지게차 사건, 그리고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염전 장애인 근로자 노동착취 의혹은, ‘인권 전남’이라는 구호가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 수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주었다. 전남도가 스스로 “여전히 인권취약지대가 존재함을 보여줬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사업장 즉각 변경”…정부에 제도 개선 건의

이에 전남도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먼저, 인권침해가 빈번히 발생하는 취약사업장에 대한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인권침해 발생 시 피해 노동자가 즉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중앙정부에 강력히 건의하는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나의 존엄만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야”

김영록 지사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은 사람을 하늘처럼 여기는 인내천(人乃天) 사상과 맞닿아 있다”며, 인권이 결코 멀리 있는 가치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의 존엄이 소중한 만큼, 내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고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는 인권 감수성을 우리 일상에서부터 실천해 나가자”고 도민들에게 간곡히 호소했다.

‘인권’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지금, 전남도가 뼈아픈 반성을 딛고 모든 도민의 존엄이 지켜지는 ‘정의로운 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도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