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다시 중대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로 그 현장에서, 7주기를 하루 앞두고 폭발·화재로 협력업체 노동자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서부발전은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든다.
■ 폭발음 후 화염… 2명 화상, IGCC 1층서 폭발 추정
전날(9일) 오후 2시43분, 태안화력발전소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건물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약 1시간 50분 만에 불길은 잡혔지만,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2명이 전신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소방과 관계기관에 따르면 폭발 지점은 IGCC 건물 1층 열교환기 부근으로 추정된다.
당시 3층에서는 보온덮개 씌우기 작업이 진행 중이었으며, 버너 교체 과정에서 가스 누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태안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산업안전조사팀 등은 10일 오전 합동 감식에 착수해 폭발·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향후 부상자, 현장 작업자, 서부발전 관계자 등을 순차적으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 “김용균이 죽어도 바뀌지 않았다”… 태안화력의 7년
2018년 12월, 24세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 씨가 태안화력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사건은 전국적인 안전 개혁 요구로 이어졌다. 정부와 발전 5사는 안전인력 확대·직접고용 확대 등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외주 인력 중심의 위험 작업이 반복되고 있다.
태안화력 IGCC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화재는 2023년 1월, 약 3년 만의 재발이다.
노동계는 “김용균 7주기를 하루 앞두고 또다시 유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서부발전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설비 절반 이상이 태안에 집중돼 있지만 인력·안전관리 체계는 여전히 외주 의존적이다. 김용균 사망 이후에도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
■ 서부발전, 반복되는 중대 사고… 책임 공방 불가피
서부발전은 사고 직후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했다고 밝혔지만, 사회적 시선은 “왜 또 태안이냐”, “왜 하청 노동자들이 다치느냐”로 향한다.
태안화력은 서부발전 전체 설비의 54.5% 를 차지하는 최대 현장이다.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고, 안전관리 체계가 허술할 경우 피해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추가 안전 점검, 재발 방지 대책 촉구도 이어질 전망이다.
■ 결론은 ‘위험의 외주화’ 그대로인 발전 현장
김용균 씨가 숨진 지 7년. 그의 이름은 “발전소 안전을 바꿔야 한다”는 상징이 되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청 노동자가 다치고, 외주 인력이 위험을 떠안고, 안전 대책은 사고 이후에야 마련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태안화력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김용균 이후 무엇이 바뀌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는 사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