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이 2033학년도 대입에서는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2040학년도에는 수능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정근식 교육감은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교교육과 대학교육의 선순환을 위한 미래형 대입 제도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정 교육감은 “올해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었지만, 학교 현장의 변화는 대입이라는 큰 벽 앞에서 멈췄다”며 “점수 경쟁과 사교육 부담, 입시 위주 교육은 학생들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고, 디지털 전환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상황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안은 서울시교육청의 정책 연구와 현장 교원, 대학 교수, 입학사정관 등으로 구성된 특별 전담 기구(TF)를 통해 마련됐다. 정 교육감은 세미나, 포럼, 토론회 등을 통해 학교와 대학 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2033학년도 대입에 대한 핵심 제안은 내신과 수능 전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과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다. 정 교육감은 “학생들이 점수 따기 유리한 과목이 아닌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대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도권 대학의 수능 중심 정시모집 권고 비율 30~40% 폐지를 제안하며, 정시 확대가 고교생 학업 중단과 N수생 증가,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수시모집에서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과학고, 영재학교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지역 균형 선발 전형’ 확대도 제안됐다. 정 교육감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과 연계해 지역 거점 국립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우선 선발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지역 기반 선발 전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2040학년도 대입에서는 수능을 폐지하고, 학생 개개인의 고교 교육활동 성장 이력을 중심으로 한 대학 입학 체계를 정착시키자는 계획이다. 정 교육감은 “고교 교육과정 기반의 대학 학생 선발 자율권을 보장하면서, 필요 시 문제은행식 범교과 융합형 면접이나 서·논술형 평가를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육감은 논술형 평가와 절대평가 안착을 위해 학교 교육과정 질 관리 및 평가 혁신이 가능하도록 시도별 센터를 구축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총괄센터를 두어 전국적 평가 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일반고로 전환하고, 자율형사립고의 학급당 모집 인원과 학급 수를 점진적으로 일반고 수준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육감은 이번 제안이 단순한 주장으로 끝나지 않도록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부, 대학,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범사회적 거버넌스 구축을 요청했다. 그는 “경쟁의 끝이 아닌 성장의 길을 여는 고교교육과 대학교육의 선순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장기적 교육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제안은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변화가 제한된 현실 속에서, 학생들의 진로 선택권 확대와 공교육 정상화, 지역 균형 인재 선발 등 다각적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육계에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정부 차원의 정책 수용 여부가 향후 논의의 핵심으로 지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평가원은 “영어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심려를 끼치고 입시에 혼란을 야기한 점을 무겁게 통감한다”고 밝혔다.
임 원장의 사퇴 배경에는 이번 수능의 영어 성적 분표가 있다. 절대평가인 영어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3.11%에 그쳤고 인원으로는 1만 515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