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 논란이 커진 2026학년도 수능 영어 난이도 파장을 두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10일 밝혔다. 평가원은 “영어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심려를 끼치고 입시에 혼란을 야기한 점을 무겁게 통감한다”는 오 원장의 입장을 함께 공개했다.
이번 사임의 배경은 ‘불영어’로 불린 올해 수능 영어 성적 분포다. 절대평가인 영어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3.11%에 그쳤고 인원으로는 1만 5154명이다. 이는 절대평가 전환 이후 역대 최저치로 직전 최저였던 2024학년도 4.71%보다도 더 낮다. 통상 영어 1등급 비율이 6~8% 수준이면 적정 난도로 본다는 입시 현장의 기준과 비교해도 크게 벗어난 수치다.
영어가 이 정도로 어려워지면서 수시 수능최저를 맞추지 못해 탈락하는 사례가 늘고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수능 직후부터 이어졌다. 절대평가 과목이지만 실제 대입 변별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평가 못지않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영어 1등급 비율이 상대평가 과목의 1등급 비율(상위 약 4%)보다도 낮다는 점에서 “난이도 조절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비판이 교육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평가원장 ‘중도 사퇴’가 반복돼 온 흐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평가원장 가운데 임기를 채우지 못한 사례는 이번이 아홉 번째다. 다만 과거에는 복수정답이나 출제 오류 등 채점 불안이 사퇴 사유였던 경우가 많았다. 6월 수능 모의평가 난이도 논란으로 사퇴한 사례는 있었지만 본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이유로 사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가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출제 전 과정에 대한 재점검과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출제 기준과 검토 시스템을 다시 들여다보고 향후 수능이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도 별도 조사에 착수해 난이도 논란의 원인과 절차상 문제 여부를 확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부터 영어 난이도 여파가 실제 모집단위별 합격선에 어떻게 반영될지 지켜보고 있다. 절대평가 취지와 달리 등급 비율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매년 입시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만큼 평가원과 교육부가 내놓을 후속 점검 결과와 개선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