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딸기가 해외에서 맛있는 딸기의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딸기 수출액은 약 993억원으로 집계돼 연간 1000억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모든 농산물 중 1위다. 수출량의 약 90%가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소화된다.
이 지역 소비자들은 한국 딸기를 달고 부드럽지만 씹는 맛이 살아 있는 과일로 평가하며 기존 딸기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꿨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동남아는 기후 특성상 딸기 재배가 어려워 현지 생산량이 적고, 미국·호주산은 노지 재배 비중이 높아 품질 편차가 크다는 점이 한국 딸기의 경쟁력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시설재배 비중이 높은 한국 딸기는 당도와 식감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미세한 상처나 수분 손실을 최소화한 상태로 수출돼 신선도가 흔들리지 않는다.
한국 딸기가 지금처럼 인기를 얻기 시작한 배경에는 국산 품종 개발이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딸기 재배의 약 90%가 일본 품종 장희(아키히메)였다. 일본이 로열티를 요구하면서 국내 연구진이 자체 품종 개발에 뛰어들었고, 2005년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시험장에서 탄생한 ‘설향’이 그 흐름을 바꿨다. 설향은 겨울철 생육이 안정적이고 열매가 커 재배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매향’, ‘금실’, ‘킹스베리’, ‘비타베리’, ‘스노우베리’ 등 다양한 국산 품종이 개발되면서 한국 딸기의 정체성이 확립됐다. 특히 금실은 높은 저장성과 당도로 평가받아 전체 수출 딸기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품종이 됐다. 현재 해외 시장에서는 금실과 킹스베리 같은 품종이 ‘브랜드 과일’처럼 소비되며 선물용·프리미엄 디저트용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 딸기의 해외 점유율은 수치로도 뚜렷하다.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3년 평균 점유율이 약 40% 안팎이며, 홍콩은 30%, 태국은 30%대 중반 수준으로 올라섰다. 동남아 중산층 이상 소비자들은 한국 딸기를 다른 국가산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하면서도 품질과 맛을 이유로 지속 구매를 선택하고 있다. 한국식 카페, 편의점 디저트 등 K-디저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한국 딸기를 사용한 메뉴 자체가 일종의 트렌드 상품이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냉동 딸기 역시 일본·싱가포르·중국 등에서 꾸준히 수요가 유지되며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문제는 이런 수출 확대가 국내 시장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수출이 늘면 국내 딸기 가격이 정말 오를까. 실제로 특정 품종 쏠림 현상이나 지역 단위 기상 악화가 곧바로 국내 가격과 연동되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경남 지역에 이상 기후가 겹치면서 출하량이 줄어들었고, 그 영향으로 수출 물량도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특히 금실 중심으로 수출이 편중된 구조에서는 특정 지역의 생산 차질이 전체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더 크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신품종 점유율을 1%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하며, 품종 개발뿐 아니라 재배 기술까지 함께 지원돼야 안정적인 수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품종 다양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 지역이나 품종 일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격 변동성이 국내 시장에도 반복적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겨울철 딸기 출하 초기에는 해외 선적이 집중되면서 국내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여러 차례 관측돼 왔다.
한국 딸기의 해외 위상은 앞으로 더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당도·식감·안전성·브랜딩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이 이미 확보됐기 때문에 아시아권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가 더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소비자들은 수출 확대가 생산량·기상 조건·품종 편중 문제와 맞물려 가격 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계속 체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서 한국 딸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수록 국내 시장의 공급 여건과 가격 흐름 역시 그 영향을 동시에 받는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딸기가 이미 ‘맛있는 딸기’의 기준으로 자리 잡은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