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질수록 따끈한 국물 요리가 생각나는데, 그중에서도 애호박젓국은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겨울 제철 한그릇이다.
애호박젓국은 재료가 단순하지만 맛의 결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애호박을 도톰하게 썰어 끓이는 동안 특유의 단맛이 우러나고, 여기에 새우젓이나 멸치젓을 넣어 감칠맛을 더하면 국물에 깊이가 생긴다. 겨울철 몸이 움츠러들 때 이런 따뜻한 국물은 체온을 서서히 올려주고 소화도 도와준다. 애호박은 익으면 부드러워져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시원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먼저 멸치와 다시마로 기본 육수를 끓인다. 급하게 만들 때는 다시팩을 활용해도 충분히 깔끔한 맛을 얻을 수 있다. 육수가 준비되면 얇게 다진 마늘을 넣어 산뜻함을 더하고, 애호박을 투입해 은근히 익힌다. 이때 불을 세게 올리면 애호박이 쉽게 흐물거리므로 약불에서 천천히 익히는 것이 좋다. 젓국의 풍미를 결정짓는 새우젓은 끓기 시작할 때가 아니라 불을 약하게 줄인 뒤 넣어야 비린 내가 돌지 않는다. 마지막에 후추를 조금만 넣어주면 전체 향이 정리된다.
겨울철 입맛을 돋우는 조리법도 있다. 애호박을 미리 소금에 살짝 절여 수분을 조금 빼주면 국물에 들어갔을 때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씹는 맛이 더 또렷하게 살아난다. 파는 송송 썰어 마지막에 넣어야 향이 날아가지 않으며, 국물 맛을 좀 더 깊게 만들고 싶다면 육수 단계에서 양파 반쪽을 통으로 넣었다 빼면 자연스러운 단맛이 더해진다. 애호박젓국은 조리 과정이 단순하지만 작은 순서 하나로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세심한 불 조절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애호박젓국은 겨울철 아침 식사로 특히 잘 어울린다. 속이 더부룩할 때 한 그릇 먹으면 부담이 없고, 전날 과식하거나 매운 음식을 먹은 다음 날에도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밥을 말아 먹으면 든든하고, 두부나 감자를 추가하면 더욱 포만감 있는 국이 된다. 국물 자체가 자극적이지 않아 다이어트 중이거나 위가 약한 사람에게도 맞는 메뉴다. 추운 날씨에 한 번 끓여두면 식탁에 올릴 때마다 따뜻한 향이 퍼져 집안 분위기까지 포근해진다.

겨울이 되면 국물 요리의 존재감이 커지지만, 애호박젓국처럼 단출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음식은 흔치 않다. 애호박의 담백함과 젓국의 감칠맛이 만나 균형을 이루고, 따뜻한 국물이 몸과 마음을 동시에 풀어준다. 거창한 기술 없이도 재료의 맛을 살려 만드는 요리이기 때문에 겨울철 집밥 메뉴로 손색이 없다. 한 번 끓여보면 담백함 속에서 은근한 중독성이 느껴져 누구나 쉽게 반복하게 되는 겨울 국물 요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