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선수 손흥민씨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추가로 갈취하려 한 손흥민 전 여자친구과 그의 남자친구가 법의 단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정빈 판사가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손흥민 전 여자친구 양모(20대)씨에게 징역 4년을 8일 선고했다. 공갈미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양씨 남자친구 용모(40대)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양씨에게 징역 5년, 용씨에게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양씨에 대한 구형량과 선고 형량의 차이가 1년에 불과하다는 것은 재판부가 피고인의 범죄를 매우 중대하게 판단했다는 것을 뜻한다. 검찰이 요청한 중형의 필요성을 거의 그대로 인정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재판부는 "양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누구의 아이인지 확인한 바가 없다"며 "양씨는 태아가 손씨의 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흥민으로부터 지급받은 3억원은 통념에 비춰 임신중절로 인한 위자료로 보기에 지나치게 큰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양씨가 손씨 아이를 가졌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등 거짓말을 했다"며 "외부에 임신 사실을 알리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려 하는 등 손씨를 위협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용씨에 대해서도 "단순 협박이나 금전 요구에 그친 게 아니라 손씨가 유명인인 점을 이용해 언론과 광고사 등에 임신과 임신중절 사실을 알리는 등 실행 행위에 나아갔다"며 "이 사건이 알려져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유명인으로 범행에 취약하고, 피고인들은 이를 빌미로 큰돈을 받아 죄질이 나쁘다"며 "3억을 받고도 추가로 돈을 받으려 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명인 특성상 범행에 취약한 지위에 있는 손흥민에게 이를 빌미로 큰돈을 받아 죄질이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지난해 6월 손씨에게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3억원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용씨와 함께 올해 3~5월 임신과 낙태 사실을 언론과 손씨 가족 등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7000만원을 추가로 갈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양씨는 애초 다른 남성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며 금품을 요구하려 했으나 상대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자 이를 포기했다. 이후 손씨 측에 아이를 임신한 것처럼 말하며 금품을 요구했다. 손씨 측은 사회적 비난과 운동선수로서 커리어 훼손을 두려워해 3억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받은 돈을 사치품 구매 등에 모두 탕진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자 연인 관계였던 용씨와 함께 다시 손씨 측에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차 범행 당시 받은 금액을 사치품 구입에 사용했고, 별다른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2차 범행으로 나아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6월 두 사람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손씨는 지난달 19일 두 사람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양씨 측 변호인은 "계획 범행이 아니고 협박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도 아니다"며 "임신과 낙태에 대한 위자료로 공갈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최후진술에서 "임신 사실을 알리러 갔을 때 혼자 오라고 했지만 이미 각서가 준비돼 있었다"며 "수술 인증 사진을 보내라고 해 보냈고 휴대전화를 없애라고 해서 없앴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손씨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용씨는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와의 대화 내역을 보면 양측의 만남은 상호 호의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지만, 피고인은 마치 피해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처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철저한 계획범죄로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이 불량해 피해자의 정신 고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용씨에 대해서는 "금원 갈취를 위해 15회에 걸쳐 협박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면서도 "수사 과정에 협조하고 미수에 그친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