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비계 절대 버리지 마세요…‘이렇게만 하면’ 상상 못한 보물 됩니다

2025-12-08 15:56

버려지는 돼지 비계, 고급 식재료 라드로 변신하다
BBC 선정 슈퍼푸드 라드, 집에서 쉽게 만드는 방법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 덤처럼 얹어주는 돼지 비계. 대부분 바로 버리기 일쑤지만, 이 비계가 알고 보면 ‘라드(Lard)’라는 고급 식재료로 다시 태어난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돼지 비계를 정제해 하얗게 굳힌 고체 기름인 라드는 고소한 풍미와 높은 활용도로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아 왔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삼겹살이 구워질 때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바로 그 기름이 라드다.

유튜브 채널 ‘한끼뚝딱’은 비계에서 섬유질만 제거하고 기름만 정제해 사용하는 라드를 “가성비 최고 식재료”로 소개한다. 중국·유럽 요리에서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고, 제과·제빵에서도 풍미를 높이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전통적인 재료다. 시중에서 판매되지만, 돼지 비계만 있다면 집에서도 생각보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방법은 단순하다. 비계를 냉장 상태에서 해동한 뒤 후라이팬에 올려 중약불에서 천천히 가열하면 금세 기름이 스며 나오기 시작한다. 첫 번째로 나온 기름을 체에 걸러 따로 담은 뒤, 한 번 더 구워주면 또 한 움큼의 라드가 나온다. 이렇게 추출한 기름은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버터처럼 하얗게 굳는데, 각종 볶음·구이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천연 돼지기름’이 된다.

배우 문정희 수제 라드 /   유튜브 'KBS Entertain'
배우 문정희 수제 라드 / 유튜브 'KBS Entertain'

배우 문정희 역시 과거 예능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을 통해 직접 라드를 만들어 먹는 일상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껍데기가 붙은 흑돼지 비계를 사용해 라드를 추출하며 “너무 너무 맛있다. 몸에 굉장히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라드는 BBC가 선정한 ‘세계 슈퍼푸드’ 8위에 오르며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트랜스 지방이 거의 없고, 올리브유에도 포함된 불포화지방산 약 45%를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소한 맛은 기본이고 비타민D까지 풍부해 요리의 품격을 올려주는 ‘치트키’로 불린다.

문정희가 소개한 수제 라드 레시피는 더 정교하다. 비계를 최대한 잘게 깍둑 썰어 1kg 정도 팬에 넣은 뒤 물 한 컵 반을 붓는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비계가 익으면서 수분이 날아가고, 맑고 투명한 라드가 우러난다. 이때 그는 타공 스테인리스 덮개를 사용해 기름 튐을 방지하면서도 수분이 충분히 날아갈 수 있도록 했다. 끓는 과정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는 시점은 아직 익지 않은 단계이므로 약 40분간 천천히 끓여주는 것이 좋다. 거품이 사라지고 기름만 맑게 남으면 완성이다. 껍데기가 없는 비계를 사용해도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수제 라드 / 유튜브 'KBS Entertain'
수제 라드 / 유튜브 'KBS Entertain'

완성된 라드는 냉장 보관 시 최대 3개월, 냉동 보관 시 6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가열하면 다시 투명한 액체로 변하고, 남은 돼지 껍데기와 비계는 수분이 빠져 바삭하게 변해 과자처럼 먹을 수 있다. 문정희는 당시 방송에서 “식용유와 전혀 분간이 안 된다. 직접 만들면 더욱 신선하고 가성비도 좋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돼지기름은 ‘살이 찐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오해를 많이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와 영양 평가에서는 정반대의 평가가 이어진다. BBC는 2020년 돼지기름을 세계 슈퍼푸드 8위로 선정했고, 지난 4월 발표한 건강식 리스트에서도 다시 8위에 올렸다. 익히 알려진 고등어·토마토·완두콩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재조명된 것이다.

돼지기름에는 비타민 B1, 비타민D, 콜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비타민 B1은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전환해 신체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며, 돼지고기의 비타민 B1 함량은 타 육류 대비 6배가량 높다. 비타민D 역시 돼지기름 100g당 200~300IU에 달해 뼈·면역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콜린은 내장지방 축적을 억제하고 신체 세포막 형성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다. 돼지기름이 단순한 지방이 아니라 영양소가 풍부한 ‘착한 지방’으로 재평가되는 이유다. 트랜스지방도 포함되지 않아 오히려 버터보다 건강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도 있다.

냉장고에서 굳힌 라드 / 유튜브 '  KBS Entertain'
냉장고에서 굳힌 라드 / 유튜브 ' KBS Entertain'

라드는 조리 실용성도 뛰어나다. 발연점이 높고 향이 강하지 않아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중식의 기본인 짜장면·볶음밥·탕수육은 물론, 계란볶음, 고추기름, 파기름 등 집에서도 자주 만드는 요리에 쓰면 풍미가 확 달라진다. 최근 집밥·홈쿡 문화가 확대되면서 라드를 찾는 소비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유튜브, 한끼뚝딱

버려지기 쉬운 ‘공짜 비계’가 알고 보면 풍미·건강·활용도 모두 갖춘 ‘상상 못한 보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라드를 직접 만들어 활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조금만 수고를 더하면 어느 기름보다 신선하고 고소한 ‘수제 라드’를 만날 수 있다. 값은 공짜인데, 요리의 품질은 몇 단계 끌어올려주는 마법 같은 식재료다.

돼지 비계 / GraphicAM-Shutterstock.com
돼지 비계 / GraphicAM-Shutterstock.com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