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해마다 이맘때면 농촌 들녘을 뿌옇게 뒤덮던 매캐한 연기와 산불 걱정이, 전남 함평에서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산불의 주범’이자 미세먼지의 원인이었던 영농부산물을, 군과 농민이 손잡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며 ‘일석삼조’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함평군은 올해 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 ‘영농부산물 안전처리 지원사업’을 통해, 약 60헥타르(㏊) 면적의 농경지에서 발생한 영농부산물을 성공적으로 수거·파쇄했다고 8일 밝혔다.
#‘태우는 대신, 갈아버린다’…발상의 전환
고령의 농민들이 일손 부족으로 수확 후 남은 잔가지를 태우는 관행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농촌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이는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이자, 미세먼지를 발생시켜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었다.
함평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우는 대신, 갈아버린다’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파쇄 장비를 동원해 농가 현장에서 직접 과수 잔가지와 밭작물 잔재물을 잘게 부숴 퇴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우리 밭 넘어, 이웃 밭까지’…농민의 자발적 참여가 이룬 성공
이번 사업 성공의 일등 공신은 단연 ‘함평군농업경영인영농조합법인’이다. 조합원들은 단순히 자신의 밭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손이 부족한 주변 고령 농가까지 찾아가 수거 활동을 도우며 ‘더불어 사는 농촌’의 가치를 실천했다. 이러한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은 사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불법 소각 사례가 눈에 띄게 줄면서 올 한 해 산불 걱정을 크게 덜었고,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주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나타났다. 나아가, 잔가지에 숨어 겨울을 나던 병해충의 서식처가 사라지면서 내년 농사 환경 개선이라는 ‘보너스 효과’까지 기대하게 됐다.
문정모 함평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이번 사업의 성공은 행정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농업인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공을 농민들에게 돌렸다. 그는 “앞으로도 ‘소각 없는 깨끗한 함평’을 만들기 위해 현장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정과 농민의 아름다운 동행이, 함평의 농촌 환경을 더욱 푸르고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