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굴린다면서 이자는 ‘쥐꼬리’~전남도 ‘좀비 기금’ 수술대 오르나

2025-12-08 11:30

최정훈 전남도의원, 목표액 미달·쌈짓돈 전락 질타…“존재 이유 잃은 기금, 과감히 통폐합해야”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1조 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로 운영되는 전라남도 기금이, 정작 이자 수입은 쥐꼬리 수준에 그치고 당초 목적과 무관한 ‘땜질식’ 사업에 사용되며 ‘무늬만 기금’으로 전락했다는 날 선 비판이 제기됐다.

최정훈 전남도의원
최정훈 전남도의원

존재 이유를 잃은 ‘좀비 기금’들을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에, 전남도가 일부 기금에 대한 존치 여부 평가에 착수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일, 전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최정훈 의원(목포4)은 전남도의 기금 운용 실태를 조목조목 파고들었다.

최 의원은 “이자 수입으로 안정적인 융자 사업을 펼치겠다던 기금들이, 정작 적립 목표액조차 채우지 못한 채 이자는 연 2억 원에 머물고 있다”며 “이는 기금이 아니라, 사실상 일반회계 예산처럼 한번 쓰고 사라지는 ‘쌈짓돈’으로 변질된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의 지적처럼, 일부 기금은 장기적인 재원 마련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상실한 채, 일반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회성 사업들을 집행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기금의 개수가 적을수록 운영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상식”이라며 “설치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기금들은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과감히 통폐합하거나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여기에 ‘깜깜이 회계장부’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 의원은 “1조 원이 넘는 기금의 운용계획서가, 작년 실적과 올해 계획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도저히 내용을 이해하고 검증할 수가 없다”며 “이는 구조적으로 틀릴 수밖에 없는 보고 체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보고를 위해 전담팀을 구성해 작성 체계를 전면 뜯어고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윤진호 전남도 기획조정실장은 “지적에 공감하며, 현재 8개 기금이 존치 여부 평가 대상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기금 운영의 방향을 재평가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수조 원에 달하는 도민의 혈세가 투입된 기금이 목적을 잃고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전남도의 뼈를 깎는 자성과 실질적인 개선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