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가 공원·도로·하천 등 관내 96곳을 ‘유해야생동물 먹이주기 금지구역’으로 지정하며, 내년 2월 1일부터 과태료 부과에 들어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지난해부터 서울 곳곳에서 증가한 비둘기 피해 민원과 공공시설 훼손 문제가 본격적인 단속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관악구는 1월 31일까지 두 달간 계도 기간을 운영한 뒤 현장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시작하겠다고 8일 밝혔다.
금지구역 지정은 비둘기 등 야생동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생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관악구 주요 유해야생동물로는 비둘기가 대표적이며, 이들의 배설물과 털 날림은 위생 문제를 일으키고 건물 부식, 보수 비용 증가 등 재산상의 피해로 이어진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반복적인 먹이 공급으로 비둘기 개체 수가 급증하고, 주변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지정 고시는 이러한 민원을 해소하고 도심 생태계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관악구는 금지구역에서 먹이주기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정기적·일시적 행위는 물론이고, 유해야생동물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먹이를 두는 행위도 단속 대상이다. 위반 시에는 별도의 경고 없이 과태료가 즉시 부과된다. 첫 적발 시 20만 원, 2차는 50만 원, 3차 이상은 최대 100만 원이다. 단속의 강도가 높은 만큼, 관악구는 계도 기간 동안 현수막과 안내문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먹이주기 행위를 자제하면 비둘기 개체 수 증가를 완화해 주민 생활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며 “도심 속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불필요한 혐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먹이를 주는 행위를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 뒤에는 장기간 쌓여온 도심 위생 문제와 생태계 교란 우려가 자리한다. 비둘기는 야생동물이지만 도시에서는 인간 생활의 부산물로 생존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자연 생태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개체 수가 증가했다. 서울에서 비둘기 관련 민원은 2018년 430건에서 지난해 1480건으로 급증했다. 배설물은 건물과 문화재, 교량 등을 부식시키고,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질병 전파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털이 날리는 문제 역시 주민 생활 불편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비둘기 먹이주기 단속에 대한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가 정서적 위안을 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모든 생명체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과도한 단속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존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관악구의 조치와 유사한 규제는 이미 서울의 주요 공원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 7월부터 한강공원, 광화문광장, 남산공원 등 주요 공공장소에서도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과태료 부과 기준 역시 관악구와 동일하다. 비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외 지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고양시는 일산문화광장·마두역·주엽역 광장 등 10곳을 유해야생동물 먹이주기 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내년 1월 1일부터 6개월간 계도 기간을 거쳐 7월 1일부터 본격 단속에 나선다. 과태료 부과 기준은 서울과 동일하게 최대 100만 원이다. 담당자는 “비둘기 먹이주기는 선의로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시민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며 시민 참여를 당부했다.

해외에서도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규제하는 사례는 많다. 싱가포르를 비롯해 영국·프랑스·미국·일본 등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비둘기 등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줄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인위적 개체 증가가 도심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공감대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악구의 이번 정책은 단순히 비둘기 먹이주기 단속에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도심 생태계 관리와 시민 생활환경 개선이라는 목표를 담고 있다. 도시에서 야생동물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월 1일 이후 본격적인 단속이 예고된 만큼, 시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