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일본 온천이나 집 목욕탕에서 즐겁게 몸을 녹이다가도 ‘히트쇼크(Heat Shock)’로 인해 돌연사할 위험이 있다.
특히 최근 일본에서는 매년 수천 건의 히트쇼크 관련 응급신고와 사망이 발생하고 있어, 단순한 ‘따뜻한 목욕’이 아니라 주의가 필요한 건강 위험이라는 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인 여행자들도 겨울 온천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알고 대비해야 할 내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 중 온천욕을 즐기다 히트쇼크로 사망한 사례가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규슈 벳푸와 홋카이도 삿포로 등지에서 고령인 3명이 연달아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은 모두 차가운 탈의실이나 외부 공간에서 따뜻한 탕이나 실내로 이동하던 중 혈압이 급작스럽게 변하면서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내에서는 히트쇼크로 인한 응급신고 건수가 매년 약 1만7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망자 수는 최근 들어 “2만 명을 웃돌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에서는 온천 문화가 일상에 널리 퍼져 있고, 겨울철엔 집에서도 탕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겨울(대체로 11월부터 2월 사이)에 히트쇼크 사고와 사망이 집중된다. 보고된 사망자의 약 90%는 60세 이상 고령이라고 한다.
히트쇼크는 왜 위험할까? 간단히 말해, 차가운 공간에서 수축되었던 혈관이 뜨거운 탕에 들어가면 갑자기 확장되거나 압력이 변하면서 몸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탈의실처럼 추운 공간에서 몸이 식은 상태에서 온탕에 들어가는 순간 혈압이 급격히 변화하고, 이후 물에서 나와 찬 공기에 다시 노출되면 혈압이 또 급격히 변해 심장이나 뇌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고령자는 특히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히트쇼크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와 관련 자료들은 다음과 같은 기본 수칙을 권고한다.
먼저, 입욕 전 온몸을 따뜻하게 데우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온탕에 바로 뛰어들기보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따뜻한 물로 샤워해 체온을 미리 올려 놓는 것이 좋다. 입욕 시간은 1회 10~15분, 많아도 20분을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탕 안에서 머무는 동안에도 너무 깊이 들어가기보다는 가슴 부위까지만 물이 잠기도록 하고, 입욕 후에는 몸을 빠르게 말리고 따뜻한 옷을 입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목욕 전후에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목욕 중 땀을 많이 흘렀다면 탈수로 인해 혈액 점도가 높아지고, 이것이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음주 후나 식사 직후에 입욕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술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식사 직후에는 소화로 혈류가 집중돼 있어 혈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자, 고혈압이나 심장병·당뇨병 등 지병을 가진 사람은 혼자 입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변에 동행인이 있어야 만일의 사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일본 외교당국도 겨울철 온천 혹은 목욕탕 이용 시 이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겨울철 일본 온천 여행 수요가 높아지면서, 히트쇼크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고령의 부모님을 모시고 온천을 방문하거나, 평소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가족이 함께하는 경우라면 입욕 전후의 온도 변화와 수분 관리, 목욕 시간 등을 꼭 주의해야 한다.
히트쇼크는 우리가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따뜻한 목욕’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순한 추위나 피로 해소가 아니라, 체온과 혈압 변화에 따른 심각한 위험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겨울 여행이나 목욕탕 방문 계획이 있다면, 잠시의 쾌락보다 안전을 먼저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