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레전드 드라마 후속작이 방송을 눈앞에 둔 가운데, 주연 배우 조진웅의 전격 은퇴 선언이 터지며 제작진과 플랫폼에 초비상이 걸렸다. 2016년 방영 당시 순간 최고 시청률 15%를 기록하며 한국 드라마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시그널’의 후속편 ‘두 번째 시그널’이 10년 만에 돌아오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논란이 작품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논란의 중심은 배우 조진웅의 과거사다. 조진웅이 10대 시절 저지른 강력 범행 의혹을 인정하고 배우 은퇴를 선언하면서, 지난 8월 이미 촬영을 마친 ‘두 번째 시그널’은 편집도 어려운 채로 방송 여부를 두고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후속작을 10년 넘게 기다려 온 팬들의 기대감이 최고조로 달했기에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 10년 만에 돌아온 레전드 후속작, 첫방 앞두고 최악의 변수
조진웅은 2016년 방영된 ‘시그널’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이재한’ 형사 역으로 전 세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혜수, 이제훈과 함께 주연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단순한 범죄수사극을 넘어 미제 사건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깊은 울림을 전했다. 당시 드라마는 첫 회 5.4%로 출발해 회차마다 상승세를 보이며 11회에서 10.5%를 돌파, 최종회에서는 12.5%까지 기록하며 tvN의 기념비적 히트작 반열에 올랐다.

그로부터 10년, 팬들의 염원이 담긴 후속편 ‘두 번째 시그널’은 이미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김은희 작가가 전편에 이어 다시 극본을 맡았고, 주요 배우진이 그대로 뭉쳐 8부작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특히 1편에서 행방불명된 이재한 형사의 귀환 여부는 시즌2의 핵심 관심사였다. 그만큼 조진웅의 출연은 시즌2의 상징이자 중심축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방영을 앞둔 시점에서 조진웅을 둘러싼 소년범 의혹이 폭발했고, 상황은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게 번졌다.
■ 10대 시절 강력 범죄 의혹…조진웅, 결국 “배우의 길에 마침표”

지난 5일 연예 매체 디스패치는 조진웅이 고교 시절 차량 절도와 성폭행 등 강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 직후 조진웅은 같은 날 밤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소년범이었던 과거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다만 성폭행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조진웅은 이후 6일 직접 입장을 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이어 그는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과오에 대해 제가 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찰하겠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사실상 은퇴 선언이었다. 연예계가 아닌 ‘한 인간’으로 돌아가겠다는 결단이 공식화되면서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방송사 ‘긴급 조치’…내레이션·다큐 재편성 속속 수정
조진웅의 사과와 은퇴 선언 이후 방송사들의 긴급 대응도 시작됐다.
SBS는 7일 방송된 4부작 특집 프로그램 ‘범죄와의 전쟁’의 내레이션을 급히 교체했다. 제작진은 조진웅이 ‘시그널’과 영화 ‘독전’에서 보여준 ‘형사’ 이미지와 목소리를 높게 평가해 내레이션 녹음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지자 하루 만에 교체를 단행했다.
KBS 역시 조진웅이 출연한 ‘국민 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 편 다시보기를 비공개 처리했다. 논란의 파급력이 방송국 편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 ‘두 번째 시그널’ 운명은?…편집 불가, 대체 촬영도 현실적 난관
논란이 가장 깊게 드리우는 곳은 역시 ‘두 번째 시그널’이다.
이 작품은 내년 tvN의 최상위 라인업으로 꼽혔으며, 해외 OTT 시장까지 겨냥한 CJ ENM의 글로벌 전략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작품 자체에 대한 국내·외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고, 10년 만의 귀환이라는 상징성도 크기 때문에 ‘날벼락’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더구나 조진웅의 분량은 시즌2에서도 상당하다. 이재한 형사는 시리즈 전체의 핵심 줄기를 잡는 인물이어서 편집을 통한 노출 최소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재촬영을 한다 해도 전체 서사를 뒤엎어야 할 정도로 역할 비중이 크다.

현재 tvN 측은 “논의가 진행 중이며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만 밝힌 상태다.
실제 내부에서는 △방송 강행 △전체 편집 및 재촬영 △편성 연기 등 모든 선택지가 논의되고 있지만 어느 방향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 10년 기다린 팬들 “심장 떨린다”…티저 영상은 이미 폭발적 반응
아이러니하게도, 논란 전 tvN은 시즌2의 티저 영상을 기습 공개해 역대급 반응을 얻었다.

tvN 공식 계정에 올라온 20초 티저는 공개 직후 1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문제가 터지기 전 팬들은 “내 인생 드라마”, “심장 떨린다”, “세상에… 드디어!!!”, “10년 기다렸다”,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등 댓글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티저 속에서는 꺼져 있던 무전기가 켜지고, 무전기 너머에서 조진웅의 목소리가 들린다.
“박순경님? 나 이재한이에요” 그리고 이어지는 대사 — “무전은 다시 시작될 거예요”
짧은 문장이지만 시리즈의 감성을 그대로 살려내며 팬들 사이에서는 “소름 돋는다”는 반응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만큼 기대감이 컸던 작품이었고, 이번 논란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 글로벌 전략작이 흔들린다…결정이 곧 업계 전체에 영향
CJ ENM은 최근 글로벌 OTT 시장을 강하게 공략하는 전략을 펼쳐 왔다. ‘두 번째 시그널’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작품으로, ‘시그널’의 글로벌 팬덤과 김은희 작가·주연진의 존재감이 해외에서도 통할 것으로 기대됐다. 내년 상반기 공개작 중 가장 유력한 흥행 후보로 꼽혔던 만큼,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한 드라마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조진웅의 역할 비중상 후반 편집이나 부분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가운데, tvN과 제작진의 결정은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 편성 전략, 글로벌 유통 구조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시즌2 첫 방송을 앞두고 터진 조진웅의 전격 은퇴 선언은 tvN의 대표 IP가 10년 만에 돌아오는 역사적 순간을 가로막았다. 제작진, 방송사, 글로벌 유통 플랫폼까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두 번째 시그널’은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10년 동안 기다려온 팬들의 염원이 어떤 형태로든 응답받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