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조진웅보다 디스패치가 잘못”

2025-12-07 09:14

한인섭 “생매장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며 우뚝 서야”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언론”

조진웅이 지난 1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홍범도 장군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가제)' 제작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조진웅이 지난 1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홍범도 장군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가제)' 제작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배우 조진웅의 은퇴 선언에 대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라며 재기하길 권유했다.

한 교수는 7일 새벽 페이스북에서 조진웅의 과거 범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한 교수는 "조진웅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며 "청소년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면서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 이게 소년사법의 특징이다. 소년원이라 하지 않고, 학교란 이름을 쓰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한 교수 페이스북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한 교수 페이스북

이어 "그 소년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해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라며 "지금도 어둠 속에 헤매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자신의 과거 잘못을 내내 알리고 다닐 이유도 없다. 누구나 이력서, 이마빡에 주홍글씨 새기고 살지 않도록 만들어낸 체제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며 "누군가 어떤 공격을 위해, 개인적 동기든 정치적 동기든 선정적 동기든, 수십년 전의 과거사를 끄집어내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하려 든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라고 지적했다. 조진웅보다 조진웅의 과거를 캔 언론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라며 "그런 시도에는 생매장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그가 좋아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일제는 어떤 개인적 약점을 잡아 대의를 비틀고 생매장시키는 책략을 구사했다"며 "연예인은 대중 인기를 의식해야 하기에 어쩌면 가장 취약한 존재다. 남 따라 돌 던지는 우매함에 가세 말고 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리자.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인간상을 그에게서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진웅은 배우 생활 은퇴를 선언했다. 조진웅은 전날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소년범이었던 사실과 과거 범죄 이력에 대해 사과하며 "저는 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라고 은퇴를 발표했다.

이어 "이것이 저의 지난 과오에 대해 제가 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찰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진웅은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며 "사랑하고 존경하는 모든 분께 감사했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조진웅의 과거 범죄 논란은 지난 5일 디스패치가 조진웅이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차량 절도와 성폭행 등에 연루됐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특히 디스패치는 제보자의 말을 인용, 조진웅이 고등학교 특가법상 강도 강간(1994년 기준)으로 형사 재판을 받았으며 소년원에 송치됐다고 전했다.

또한 해당 매체는 조진웅이 성인이 된 뒤 무명 배우 시절에도 극단 단원을 구타해 폭행 혐의로 벌금형 처분을 받았고,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찍을 당시에는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를 당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같은 날 소속사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조진웅) 배우에게 확인한 결과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라며 소년범 의혹은 인정했다. 하지만 "단 성폭행 관련한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소속사는 "성인이 된 후에도 미흡한 판단으로 심려를 끼친 순간들이 있었던 점 역시 배우 본인은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고 고개 숙였다.

조진웅은 지난 1996년 극단 동녘에 입단하며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매체 연기에 돌입했다. 그 뒤 2006년 영화 '폭력써클'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추노' '뿌리깊은 나무'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조진웅은 영화 '퍼펙트 게임'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끝까지 간다' '암살' '아가씨' '독전' '블랙머니' '대외비', 드라마 '시그널' '노 웨이 아웃: 더 룰렛' '악연' 등에 등장하며 톱배우로 거듭났다.

하지만 조진웅은 과거 범죄 이력 논란으로 인해 은퇴를 발표하면서 불명예스럽게 30년 연기 인생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조진웅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내년 6월 방송 예정이었던 tvN 새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도 타격을 입게 됐다. '두 번째 시그널'은 2016년 방송된 '시그널'의 후속작으로 조진웅을 비롯해 김혜수, 이제훈이 출연해 이미 지난 8월 모든 촬영을 마친 상황이었다.

조진웅이 극 중에서 정의로운 형사 이재한 역을 연기한 까닭에 예정대로 방송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