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 D국가와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을 다툰다.
6일(한국 시각)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진행된 월드컵 조추첨식에서 한국은 대회 공동개최국 멕시코, 남아공, 유럽PO 승자와 A조에 편성됐다. 유럽PO D조에서는 덴마크, 북마케도니아, 아일랜드, 체코가 내년 3월 최종 승자를 가린다.

FIFA 랭킹 22위를 유지한 한국은 크로아티아, 스위스, 모로코, 콜롬비아, 우루과이 등과 함께 사상 첫 포트2로 선정돼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분명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스페인, 아르헨티나, 프랑스, 잉글랜드, 브라질 등 포트1의 우승 후보들을 모두 피했다. 포트3에서도 노르웨이, 이집트, 알제리 등 강호를 만나지 않게 됐다. 포트4에서 이탈리아가 속한 유럽PO A조를 피한 것도 큰 행운이다.
멕시코는 개최국이지만 다른 포트1 강호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상대인 건 확실하다.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FIFA 랭킹 61위 남아공도 포트3의 노르웨이, 이집트, 알제리 등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대다.
그렇다고 최상의 편성으로 보기도 어렵다. 멕시코와의 상대전적은 4승 3무 8패로 열세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1998년 프랑스,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만나 2전패했다. 하지만 지난 9월 미국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2-2로 비긴 바 있다. 남아공은 A매치를 치른 적이 한 번도 없는 철저한 미지의 상대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만 만났을 뿐이다.
홍명보 감독은 조추첨식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혔다. 유럽과 남미 강호를 피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저희한테는 조금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대로 홈 팀의 이점이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크다"며 "저희가 예전에도 홈에서 경기할 때를 생각해보면 홈팀의 이점이라는 게 실력 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나오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게 됐다. 내년 6월 12일과 19일에 각각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1, 2차전을 치르고, 6월 25일 몬테레이에서 마지막 3차전을 갖는다. 사실상 멕시코 월드컵이 된 셈이다. 이동 동선을 감안한 베이스캠프 선정, 전력 분석 등 홍 감독으로선 할 일이 늘었다.
홍 감독은 현지 적응을 최대 과제로 꼽았다. "오늘 조 추첨 후에 가장 고민을 해야 되는 것이 장소"라며 "저희가 첫번째, 두번째 경기 같은 경우는 1600m 고지에서 해야 하고, 세번째 경기는 그렇게 높지 않지만 굉장히 습한, 35도 이상 되는 곳에서 경기를 하는데 그게 가장 큰, 중요한 포인트가 될거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과달라하라는 해발 1550m에 위치한 고산도시다. 해발고도가 높을수록 공기 중 산소 농도가 낮아져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극심해진다. 마지막 3차전이 열리는 몬테레이는 여름철에 매우 고온 다습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6월에 기온이 35도를 넘어갈 때도 있어 태극전사들은 매우 더운 날씨 속에서 경기를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홍 감독은 "아무래도 고지대에 적응을 하려면 최소 열흘 이상, 길게는 2주 이상이 걸리는데 (대표팀)소집을 하게 되면 아마 바로 현지에 들어가서 적응을 해야 될 것"이라며 "적응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상대 분석과 관련해서는 "멕시코는 지난 9월에 경기해 봤고, 남아공은 최근 승률이 좋다"고 평가했다. 유럽PO 승자에 대해서는 "덴마크와 아일랜드가 올라올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FIFA 랭킹 21위로 유럽 강호 중 하나다. 본선 진출에 성공할 경우 한국, 멕시코와 함께 토너먼트 진출을 두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홍 감독은 32강 전망을 묻자 "한국이 갔으면 좋겠다"며 "팀의 장점을 얼마만큼 발휘하느냐, 환경에 얼마나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첨 당시 미국 농구 슈퍼스타 샤킬 오닐이 포트2 바구니에서 가장 먼저 한국을 뽑은 장면에 대해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조추첨 이후 베이스캠프 후보지와 조별리그 경기장을 답사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그간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1회 연속이자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랐다. 이번 월드컵으로 원정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8강 진출에 도전한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은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공동개최국 멕시코와 캐나다, 미국 내 16개 도시에서 열린다.
이번 조추첨식에는 초대 FIFA 평화상을 수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리했다. NFL 7회 우승한 톰 브래디, NBA 샤킬 오닐, MLB 애런 저지, NHL 웨인 그레츠키 등은 도우미로 나섰다.축구계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리오 퍼디낸드와 브라질 레전드 둥가, 한국 레전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 등이 함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