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난방비 부담이 커지면서 보일러 대신 전기장판이나 온수매트를 사용하려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실제 방안 온도는 높아지지 않아 추위를 느끼는 이들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는 전기장판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그렇다.

전기장판은 방 전체의 공기 온도를 올리는 장치가 아니라 접촉한 물체(사람의 몸, 이불)만 데우는 국소 난방 기구다. 보일러처럼 공기를 데워 순환시키는 ‘대류 난방’이 아닌, 열이 닿는 부분만 뜨거워지는 ‘전도 난방’ 방식이기 때문에 방 전체가 따뜻해지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기장판만 켜고 보일러를 끄면 몸은 뜨거운데 방 공기는 차가운 ‘온도 불균형’이 발생한다. 이 상황에서는 등은 땀이 나는데 호흡기로 들어오는 공기가 차갑기 때문에 몸이 체온 조절을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쓰게 된다. 그 결과 피로감·두통·불면 등 불편을 느낄 수 있고, 이불 밖으로 나오면 급격한 냉기가 느껴지면서 ‘방이 더 춥다’는 체감이 생긴다.
벽과 바닥이 찬 기운을 뿜는다…‘복사 냉각’, 방을 더 춥게 만든다
전기장판만 켜둔 상태에서는 방의 벽체·창문·바닥 온도가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신체가 주변 구조물에 열을 빼앗기는 복사 냉각 현상이 발생한다. 벽이나 창문이 차가워지면 마치 얼음덩어리 옆에 있는 것처럼 한기가 느껴지는데, 이는 전기장판 위에 누워 있어도 ‘몸 주변 공기’가 전혀 데워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기장판을 아무리 높은 온도로 올려도 실내가 따뜻해지는 효과가 제한적이며, '전기장판은 뜨거운데 공기는 차갑다'는 이질적인 난방 환경이 만들어진다. 난방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온도만 높이면 더 위험하다…저온 화상·탈수·수면 방해
추위 때문에 전기장판 온도를 지나치게 높이면 건강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전기장판은 체온과 직접 맞닿아 있어 온도가 40~50도만 되어도 장시간 접촉 시 저온 화상이 발생할 수 있다. 피부 건조·가려움·홍반증상 등이 나타나기 쉽고, 당뇨·고령층처럼 말초감각이 떨어진 사람은 화상을 입어도 즉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깊은 잠에 들기 위해서는 체온이 자연스럽게 떨어져야 하는데, 전기장판이 밤새 높은 온도를 유지하면 수면 질이 크게 떨어지고 피로감이 누적된다. 전기장판을 주 난방수단으로 쓰지 말라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따뜻해지나…전기장판은 단순 ‘보조 난방’

전문가들은 전기장판을 주난방이 아닌 ‘보조 난방’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방 안의 공기가 너무 차가운 상태에서 전기장판만 사용하면 어떤 방식으로도 실내가 충분히 따뜻해질 수 없다.
난방 효율을 높이려면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첫째. 방 공기를 먼저 데워라. 잠들기 전 30분~1시간 정도 보일러를 약하게 가동하면 벽·바닥·공기 온도가 올라가 복사 냉각이 크게 줄어든다. 잠들 때는 보일러 온도를 낮추고 전기장판을 체온과 비슷한 수준(중·저온)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다.
둘째. 습도 조절이 난방의 핵심이다. 실내 습도가 낮아지면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진다. 습도를 40~60% 범위로 유지하면 공기가 열을 더 잘 머금어 실내 전체가 훈훈하게 유지된다. 난방비 절감 효과도 크다. 실제로 보일러 온도를 1도 올리는 것보다 습도를 10% 높이는 편이 체감 온도 상승에 훨씬 유리하다.
셋째. 단열이 부족하면 난방 기구가 소용없다. 창문 틈새·문풍지·커튼만 정비해도 체감 온도를 2~3도 높일 수 있다. 특히 창문은 외풍에 취약해 복사 냉각이 심한 구조이므로, 에어캡(뽁뽁이)이나 두꺼운 커튼을 설치하면 따뜻함 유지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