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피에 직접 바르는 탈모치료제 신약이 남성형 탈모 치료의 새 장을 열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30년간 혁신적인 치료법이 나오지 않았던 탈모치료제 시장에 전신 부작용 없이 모발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약물이 임상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탈모치료제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코스모파마슈티컬스는 3일(현지시각) 남성형 탈모 치료제 클라스코테론 5% 용액이 두 건의 3상 임상시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모발 성장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50개 지역에서 진행된 이번 임상에는 1465명의 남성형 탈모 환자가 참여했다.
임상 결과는 놀라웠다. 한 연구에서 클라스코테론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목표 부위 모발 수가 539% 증가했다. 다른 임상에서도 168%의 상대적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두 연구 모두 6개월간 진행됐으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이번 신약의 핵심은 작용 방식에 있다. 클라스코테론은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 모낭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두피에서 직접 차단한다. 체내 흡수가 거의 없어 전신 부작용 위험이 매우 낮다는 점이 기존 약물과의 가장 큰 차이다.
현재 사용되는 경구용 탈모약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전신의 호르몬 수치를 낮춰 효과를 낸다. 이 과정에서 성기능 장애, 성욕 감퇴, 사정 장애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들 약물은 성기능 장애 위험을 1.5배에서 1.7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클라스코테론 임상에서는 부작용 발생률이 위약군과 비슷했다. 치료 관련 부작용은 클라스코테론군 5.1%, 위약군 6.1%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부작용은 경미한 수준이었으며 치료제와 무관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네소타대 피부과 마리아 호딘스키 교수는 "수십년간 환자들은 제한적인 효능이나 호르몬의 전신 노출로 인한 부작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결과는 전 세계 의사들이 남성형 탈모를 치료하는 방식을 재정의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클라스코테론 성분의 약물이 처음 개발된 것은 아니다. 코스모파마슈티컬스는 이미 2020년 클라스코테론 1% 농도의 여드름 치료제 윈레비를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받아 출시했다. 윈레비는 미국에서 처방용 여드름 치료제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1년 출시 이후 160만건 이상 처방됐다.
탈모 치료용 신약은 윈레비와 같은 성분으로 농도만 5%로 높였다. 제형도 크림에서 용액으로 변경됐다. 윈레비가 수년간 안전하게 사용돼 온 실적이 있어 신약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윈레비가 이미 FDA 승인을 받은 만큼 고농도 클라스코테론의 승인 절차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안전성 자료만 확보되면 승인이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2027년 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발표 당일 스위스 증시에 상장된 코스모파마슈티컬스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9.5% 급등했다.
지오바니 디 나폴리 코스모파마슈티컬스 최고경영자는 "30년 넘게 처음 등장한 완전히 새로운 작용 기전"이라며 "남성형 탈모는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자신감과 정체성, 정서적 안녕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탈모약 시장의 성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탈모 보조제와 치료제를 포함한 시장 규모가 2023년 77억3000만달러에서 2030년 115억8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탈모 치료 전반을 포함한 시장은 더 크다. 같은 기관은 탈모증 시장이 2024년 94억8000만달러에서 2030년 160억2000만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성형 탈모는 전 세계적으로 12억명에서 20억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서만 8000만명 이상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50세 이상 남성의 58% 이상이 남성형 탈모를 경험하며 유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코스모파마슈티컬스는 현재 진행 중인 12개월 장기 안전성 연구를 2026년 봄 완료한 뒤 미국과 유럽에 신약 허가를 동시에 신청할 계획이다. 승인될 경우 클라스코테론은 남성형 탈모 치료용으로 승인받는 최초의 국소 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