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실학자 위백규의 장흥군 ‘장천팔경’, 250년 만에 전남도 자연유산 됐다

2025-12-05 13:45

문헌·암각문·실제 경관 ‘삼위일체’…역사·경관·정신 품은 희귀 유산으로 ‘우뚝’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조선 후기 호남을 대표하는 실학자 존재(存齋) 위백규(1727~1798) 선생이, 250여 년 전 직접 이름 짓고 시(詩)로 노래했던 장흥 천관산의 비경 ‘장천팔경(長川八景)’이, 마침내 그 역사적·경관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장천동_세이천
장천동_세이천

장흥군은 천관산 동쪽 기슭에 위치한 ‘장흥 장천동과 팔경 암각문’이 지난 4일 전라남도 자연유산으로 지정 고시됐다고 밝혔다.

#문헌 기록과 바위글씨, 실제 경관이 ‘하나로’

이번에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장천동과 팔경 암각문’의 가장 큰 가치는, 문헌 기록과 현장의 암각문(바위에 새긴 글씨), 그리고 실제 경관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삼위일체’의 모습을 갖춘,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희귀한 유산이라는 점이다.

구전으로만 막연하게 전해져 오던 장흥의 대표 명승지 ‘장천팔경’의 실체는, 존재 위백규 선생이 직접 쓴 「장천재팔절서(長川齋八絶序)」를 통해 비로소 명확하게 확인됐다. 이 기록에는, 선생이 ‘장천팔경’이라 이름 붙인 이유와 각 경승지의 아름다움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장천동_월영담
장천동_월영담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문헌 속 팔경의 이름들이, 장천동 계곡 곳곳의 바위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문헌과 암각문을 통해, 250년 전 조선의 실학자가 거닐며 감탄했던 바로 그 장소와 풍경을, 오늘날 우리가 똑같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장천동 계곡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

‘장천팔경’은 장천교를 지나 천관산 탐방로를 따라 흐르는 장천동 계곡에 흩어져 있는 8개의 아름다운 경승지를 말한다.

▲제1경 청풍벽(淸風壁)을 시작으로 ▲2경 도화량(桃花梁) ▲3경 운영기(雲影磯) ▲4경 세이담(洗耳潭) ▲5경 명봉암(鳴鳳巖) ▲6경 추월담(秋月潭) ▲7경 탁영대(濯纓臺) ▲8경 와룡홍(臥龍泓)에 이르기까지, 계곡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처럼 문화와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장흥군 관계자는 “문헌과 암각문, 그리고 실제 경관이 한데 어우러진 ‘장천동과 팔경 암각문’은, 우리 장흥이 간직한 너무나 소중한 유산”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전라남도 자연유산 지정을 계기로, 주변 환경을 더욱 깨끗하게 정비하고, 더 많은 분이 이곳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안내와 홍보에 힘쓰는 등, 체계적인 보존·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25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조선 실학자의 숨결과 정신이 깃든 장천동 계곡이, 장흥을 대표하는 새로운 역사·문화·관광 자원으로 거듭날 채비를 마쳤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