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에 위치한 ‘에코브릿지’가 설경과 야간 조명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이목을 끌고 있다.

겨울이 오면 여행 계획부터 한 템포 느려지기 마련이다. 바람은 차갑고 해는 짧아져 굳이 밖으로 나설 이유를 찾기 어려운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눈이 내려 풍경이 바뀌는 순간, 오히려 겨울에 더 빛나는 관광지가 있다.
설경이 호수와 숲길을 덮고 계곡의 윤곽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낮에는 고요한 자연 산책이, 밤에는 조명이 더해진 야경이 완성되는 곳들이다. 최근 괴산은 이런 겨울형 풍경을 갖춘 명소들이 잇따라 주목받으며, ‘추워서 망설이는 여행지’가 아니라 ‘겨울이라 더 찾게 되는 코스’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5일 괴산군에 따르면 괴산읍 동진천·성황천 일대 종합관광활성화 사업의 핵심 시설로 조성 중인 에코브릿지는 하천과 정자를 잇는 보행교 형태로 설치되고 있다. 완공 이후 괴산 도심 하천의 야간 관광을 이끌 새 명소로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 첫눈·조명 어우러진 동진천…설경 속 ‘에코브릿지 야경’ 공개
5일 괴산읍 동진천 일대에는 이날 저녁 약 1cm 안팎의 눈이 내려 겨울밤 정취가 짙게 드러났다. 하천 주변 소나무 가지마다 눈이 내려앉아 새하얀 풍경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에코브릿지는 조명이 더해져 설경 속 윤곽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다리 라인을 따라 설치된 경관 조명은 눈 위로 은빛을 퍼뜨리며 보행교의 형태를 또렷하게 비췄고, 고요한 수면 위로 번지는 빛이 하천 전체를 은은하게 물들였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첫눈이 에코브릿지 야경을 완성한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오며, 준공 이후 본격적으로 펼쳐질 겨울 야간 풍경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라고 군은 설명했다.

◈ 12월 준공 목표…하천·정자·보행로 잇는 야간관광 핵심축
에코브릿지는 괴산군이 추진 중인 ‘동진천·성황천 종합관광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조성되고 있다. 군은 이달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이며, 사업이 완료되면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보행 다리와 정자, 야간 경관 조명이 한데 묶여 새로운 산책 동선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특히 동진천과 성황천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구조인 만큼 에코브릿지를 중심으로 야간 보행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괴산의 밤 관광 콘텐츠가 한층 입체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관계자도 “하천 중심의 야간 동선이 완성되면 괴산 관광의 질이 한 단계 올라설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 “겨울 설경까지 관광자원으로”…계절형 명소 전략
괴산군은 준공 이후 에코브릿지를 야간 경관과 계절형 콘텐츠를 결합한 관광 자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겨울철에는 첫눈과 설경, 야간 조명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홍보 이미지로 적극 활용해 외지 관광객 유입을 확대하고, 봄·여름·가을에는 하천 산책로와 포토존, 문화행사 등을 연계해 사계절 야간 명소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주민 생활 동선과 관광 동선을 함께 살리는 방식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연인 관광 수요를 끌어올리고 지역경제에도 실질적 도움이 되는 야간 관광 인프라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괴산의 겨울은 한곳만 보고 돌아서기 아쉬운 계절이다.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호수와 계곡, 하천 산책길이 동시에 살아나고 야간 경관까지 더해져 낮과 밤의 풍경이 또렷하게 갈라진다. 에코브릿지와 함께 즐길만한 괴산의 겨울 명소들도 함께 소개한다.


산막이옛길은 괴산의 겨울을 가장 차분하게 즐길 수 있는 산책 코스다. 칠성면 사은리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까지 이어지던 약 4km 옛길을 데크 중심으로 복원한 친환경 산책로로, 괴산댐과 괴산호를 끼고 걷는 동안 산과 물, 숲이 한 화면처럼 이어진다. 길 자체가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져 전망이 계속 열리고 훼손이 거의 없는 자연 생태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도 이 코스의 매력으로 꼽힌다.
초겨울에는 호수 주변 공기가 맑게 가라앉고 숲길도 한산해져, 물 위로 번지는 겨울빛과 고요한 분위기가 더 또렷하게 남는 편이다. 걷는 동선 중간중간 전망 포인트가 마련돼 있어 잠시 멈춰 설경 낀 괴산호를 내려다보기 좋고, 코스 입구 쪽 괴산호 선착장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호수 풍경을 물 위에서 감상하는 일정도 함께 묶을 수 있다. ‘


조금 더 깊은 자연을 보고 싶다면 쌍곡구곡이 어울린다. 칠성면 쌍곡마을에서 제수리재까지 이어지는 계곡 구간에 호롱소·문수암·쌍곡폭포·선녀탕 등 아홉 절경이 촘촘히 이어져 있고, 눈이 살짝 내려앉으면 기암절벽과 노송, 맑은 물길이 대비를 이루며 ‘겨울 구곡’ 특유의 선명한 풍경을 만든다.
화양구곡도 겨울 괴산을 대표하는 명승지다. 반석 위로 흐르는 화양천과 울창한 숲, 그리고 아홉 굽이 절경이 잘 보존돼 있어 사계절 내내 풍경이 단단한 곳인데, 초겨울엔 물길이 잔잔해지는 대신 바위와 계곡선이 도드라져 산책하기 더 좋은 분위기가 된다. 산막이옛길이나 쌍곡구곡과 함께 묶으면, 괴산 겨울의 결이 서로 다르게 펼쳐지는 코스가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