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꿈을 품고 열심히 살던 20대 청년은 귀중한 선물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2세로 눈을 감은 안재관 씨의 사연을 전했다.
고인은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자신의 간장과 양쪽 신장을 세 명의 환자에게 기증하며 마지막 생을 나눴다.
안 씨는 밝고 웃음이 많은 청년이었다. 홀로 두 형제를 키운 어머니에게 힘이 되고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생업에 뛰어들며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를 했었다.
카페 바리스타, 헬스트레이너 등 여러 직종을 경험하며 꿈을 향해 달려갔지만, 지난 9월 24일 갑작런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해야 했다.

유족은 안 씨가 살아서 이루지 못한 꿈을 다른 사람을 통해 이어갈 수 있도록 장기기증을 선택했다. 그의 결정은 가족뿐 아니라 생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 됐고, 세 명의 환자는 안 씨 덕분에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안 씨의 어머니는 “아들아,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지? 네가 내 곁에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순간순간 눈물이 나지만, 이렇게 먼저 보내서 미안하고 사랑해”라고 진심 어린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 '하늘나라 편지' 게시판에는 안 씨의 연인이었던 걸로 보이는 A씨가 쓴 글도 올라와 있다.
'하늘나라 편지'는 기증자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고 추모를 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으로, 익명 작성이 원칙이며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
다음은 해당 추모 글 전문이다.

안재관. 재관아, 뚱관아. 부르면 우리 재관이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대답할 것 같아. 나 보고 싶었지? 나도 우리 재관이 보고 싶어서 다녀왔어.
널 볼 때마다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너무 아프다. 마음이 아픈데도 네가 보고 싶어서 시간이 생길 때마다 네가 있는 곳으로 가. 우리 재관이가 늘 나한테 와줬었잖아. 그래서 앞으로는 내가 늘 우리 재관이 보러 갈 거야.
어쩔 땐 눈물도 잘 참고 널 지켜보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올 때도 있는데, 오늘은 내 눈앞에 네 이름을 보자마자 눈물이 나는 거 있지. 매일 보고 싶고 그립지만 오늘따라 더 보고 싶고 그리웠나 봐. 손으로 유리를 만지다가 내 볼을 유리에 맞대보기도 해. 차가움을 느끼면 계속 눈물만 나.
우리 재관이는 몸에 열도 많고 항상 따뜻했었는데 왜 이렇게 차가워진 거야. 우리 재관이 온기 좀 느끼고 싶다.
재관이 집에 가면 돌돌이 밀고 침대도 밀 때는 베개랑 이불 재관이가 다 끌어안고, 신발장에 서 있다가 침대 돌돌이로 다 밀면 쪼르르 침대로 다시 올라오고, 다시 바닥 밀다가 의자에 옷들 포개져 있으면 개어주고, 자주 입는 건 가장 위에. 몇 번 입었다 싶은 옷은 세탁기에, 설거지거리가 있으면 설거지하고, 화장실 청소하다가 변기 때문에 잔소리 좀 하면 우리 재관이는 웃으면서 “원래 그래. 그만 하고 빨리 나와, A야.” 하면서 청소하는 거 말리곤 했는데, 기억해?
나한테 꼭 결혼하자고 편지로도, 말로도 몇 번이고 했던 너였는데 이 행동들을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이 모든 걸 왜 나 혼자만의 추억으로 만들어놓고 떠난 거야. 우리 재관이랑 함께한 모든 날들, 전부가 행복했고 또 행복했어. 재관이도 나랑 지냈던 모든 날들이 행복했지?
나 우리 재관이가 너무 보고 싶은데, 우리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꼭 다시 볼 수 있겠지? 보고 싶다. 너무 보고 싶어.
오늘부터 많이 추워진다고 해. 우리 재관이 있는 곳은 따뜻하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단단히 입고 다녀, 알았지요? 너무 예쁜 우리 재관이.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안재관. 오늘도 씩씩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요, 알았지?
우리 재관이 너무 많이, 너무너무 많이 사랑하고 많이 보고 싶어. 사랑해. 정말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