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13일만 출근해 380만원을 받는다. 언뜻 괜찮아 보이지만 하루 평균 9시간을 운전대를 잡고 좁은 운전석에 갇혀 지내야 한다. 새벽 4시 출근, 새벽 2시 퇴근도 일상이다.
인천 광역버스 기사의 실제 급여명세서가 공개되면서 이 직업의 현실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SLR클럽에 2025년 9월 급여명세서가 게재됐다.

명세서에 따르면 이 버스 기사는 한 달 13일 근무한다. 총 근무시간은 117시간이고 세전 총 지급액은 470만8901원, 세후 실수령액은 381만9161원이다. 총 공제액이 88만9720원다.
급여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본급은 205만5369원이다. 나머지는 각종 수당으로 채워졌다. 연장근로 92만7234원, 야간근로 15만4539원, 주휴수당 44만9568원, 휴일근로 88만7897원 등이다.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이고, 연장과 휴일근로로 급여를 채우는 구조다.
13일 근무는 격일제 근무를 의미한다.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방식이다. 명세서 하단에는 총 근로일수 13일, 총 근로시간 117시간, 연장근로시간 11시간, 야간근로시간 11시간, 휴일근로 18시간이 기재돼 있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9시간이 넘는다.
글을 올린 작성자는 "한 달 13일 평균 9시간 근무다. 그렇게 나쁘진 않은데 근무 내내 (운전석에) 갇혀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짧은 한 문장에 버스 기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이 압축돼 있다.
엇갈린 반응이 쏟아졌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네티즌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13일 근무에 총 근무시간 117시간이고 380만원이면 하고 싶다"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학력도 필요 없고 기술도 필요 없고 자격증이라고는 대형면허만 있으면 되니 괜찮은 일자리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따박따박 월급이 들어오고 내가 승객 하나 덜 태웠다고 덜 버는 게 아니란 점에서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네티즌은 추가 댓글에서 "45세, 50세에 신입으로 시작할 수 있고 15~20년 할 수 있는 직업 중에서 고르자면 1티어 아닐지"라고 했다. 중년 재취업 시장에서 버스 기사가 갖는 장점을 강조한 셈.
업무의 어려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한 네티즌은 "운전이 만만한 노동이 아니다"라며 "전 못한다. 장시간 운전 조금만 해도 돌아버리겠더라"라고 했다.
자격 요건도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네티즌은 "대형면허, 버스자격증, 운전경력증명서, 고압가스 교육 이수, 정밀적성검사가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내 승객들 태우고 복잡한 곳을 하루 종일 운전하는 게 스트레스다. 사고 한 번 나면 데미지가 크다"라고 했다.
"운전이 정말 쉬운 줄 아네"라는 직설적인 댓글에는 16명이 추천을 눌렀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반응이었다. 다른 네티즌은 "원래 남의 일이 제일 쉬워 보인다"라고 맞받았다. 
실제 경험담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한 달 반 해본 경험으로는 운전 난이도는 괜찮았다. 출근시간 때 한 바퀴, 퇴근시간 때 한 바퀴만 빡셌다"라고 전했다. 그느는 "그런데 아무튼 전 포기했다"라고 결론지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 한마디가 많은 것을 시사했다.
현직 마을버스 기사라고 밝힌 네티즌의 증언은 더 구체적이었다. "일요일, 공휴일, 명절 등등 없이 풀 격일제다. 근무시간도 운전배차 시간만 해당한다"라며 실제로는 더 긴 시간을 일터에 묶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5일 근무, 이틀 휴무를 찾아서 가려고 한다. 격일제는 저기에서 100만원을 더 준대도 안 간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근무 패턴의 특수성도 상세히 소개됐다. 한 네티즌은 "버스 운전이 힘든 건 바이오리듬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며 "새벽 4시에 출근하고 새벽 2시에 퇴근한다. 홀수 주는 새벽조, 짝수 주는 오후조"라고 설명했다. 주마다 근무시간대가 바뀌면서 생체리듬이 깨진다는 것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어려움도 빠지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운전보다 민원, 사람 상대하는 일이 더 힘들다고 할 정도"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공장 기계를 돌리면서 민원실 근무를 같이한다고 보면 된다"라고 비유했다. "진상이 그렇게 많다"는 짧은 댓글도 있었다.
신체적 제약도 현실적인 문제로 거론됐다. 한 네티즌은 "근무 중 대소변만 원활하게 해결 가능하다면 저 같으면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장 트러블 심해서 할 자신이 없다"는 댓글도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