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좋아하는 사람들 환호할 소식…정부가 15일부터 ‘이것’ 의무화한다

2025-12-02 08:41

BHC·BBQ·교촌 등 10대 브랜드 1만 2560곳 우선 적용
메뉴판·온라인 주문에 조리 전 총중량 표시 의무화

치킨값은 그대로인데 양이 줄어드는 ‘꼼수 인상’을 막기 위해 정부가 치킨 중량 표시 의무화를 꺼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치킨을 주문하고 상자를 열었는데 왠지 양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 적이 있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조각이 작아졌거나 담긴 양이 줄어든 것처럼 보여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메뉴판에는 한 마리 가격만 있고 무게는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정부가 중량 표시 의무화 제도를 마련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을 합동 발표하고 치킨 전문점에 조리 전 닭고기 총중량 표기를 의무화하는 치킨 중량표시제를 이달 15일부터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치킨 중량표시제는 메뉴판과 온라인 주문 화면에 가격과 함께 닭고기의 조리 전 총중량을 적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외식 분야에 중량 표시 의무가 없어서 소비자가 한 마리 가격만 보고 비교해야 했던 문제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표시 예시 / 식약처 제공
표시 예시 / 식약처 제공

표기는 그램(g)단위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한 마리 단위로 조리 판매하는 관행을 감안해 ‘10호(951~1050g)’처럼 호 단위 표기도 허용한다. 매장에서 먹든 포장 주문을 하든 인터넷으로 주문하든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 10대 치킨 브랜드부터 적용

이번 제도는 먼저 BHC BBQ 교촌 처갓집양념치킨 굽네 페리카나 네네 멕시카나 지코바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10대 가맹본부와 소속 가맹점에 적용된다. 정부가 파악한 해당 브랜드 가맹점은 전국 약 1만 2560개로 전체 치킨 전문점 약 5만 개 가운데 4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10대 브랜드를 시작으로 중량 표시가 현장에 정착되도록 정기 점검과 수시 점검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제도 시행은 오는 15일부터지만 바로 처분이 내려지는 구조는 아니다. 자영업자 부담을 고려해 내년 6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둔다. 이 기간에는 중량을 누락하거나 표시가 미흡해도 올바른 표기 방법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후에도 중량 미표시나 허위표시가 확인되면 공정위나 식약처가 시정 명령을 내리고 반복 위반 시 영업정지나 제조정지 같은 강한 처분까지 검토한다.

◈ ‘슈링크플레이션’ 견제 장치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배경에는 치킨 업계에서 가격은 유지한 채 양을 줄이거나 부위를 바꿔 사실상 값을 올렸다는 소비자 불만이 누적된 점이 있다. 정부는 중량을 메뉴판에 드러내면 소비자가 단위 가격을 계산할 수 있어 이런 방식의 ‘슈링크플레이션’을 견제하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중량을 줄여 단위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발생하면 소비자에게 변동 사실을 알리라는 권고도 함께 나왔다. 예를 들어 “순살치킨 중량이 650g에서 550g으로 조정돼 g당 가격이 일부 인상됐습니다”처럼 안내하라는 취지다. 다만 변동 고지는 의무가 아니라 가맹본부 중심의 자율 규제로 남겨둔다. 대신 시장 감시가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장치를 보완했다.

음식점 거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음식점 거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 소비자 감시도 키운다

정부는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요 브랜드 치킨을 표본 구매해 중량과 가격을 비교하고 결과를 공개하도록 예산을 지원한다. 소비자가 직접 변화를 확인하고 눈속임을 지적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용량 꼼수 제보센터’를 운영해 중량 축소나 허위 표기 같은 사례를 홈페이지나 SNS로 제보받고 위법 소지가 확인되면 공정위와 식약처가 조사에 나선다.

치킨뿐 아니라 가공식품 분야 규율도 강화한다. 한국소비자원이 19개 제조사와 8개 유통사의 제품 정보를 받아 중량을 5% 넘게 줄여 단위 가격을 올렸는지, 그리고 그 사실을 3개월 이상 소비자에게 고지했는지를 모니터링하는데 정부는 내년부터 고지 미흡 시 제재 수위를 시정 명령에서 품목 제조정지 명령으로 높이기로 했다. 제조정지 명령이 내려지면 문제가 된 제품 생산이 일정 기간 금지된다.

치킨매장에 갓 튀겨진 치킨이 진열되어 있다. / 뉴스1
치킨매장에 갓 튀겨진 치킨이 진열되어 있다. / 뉴스1

정부는 관계부처와 외식업계 가공식품 업계가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도 꾸려 용량 꼼수 근절과 물가 안정 방안을 논의하고 자율 규제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가공식품은 성분이나 구성 변화를 ‘신제품’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있어 단위 가격 인상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과제로 남는다. 정부는 중량 표시가 현장에 자리 잡으면 소비자 비교가 쉬워지고 업계 관행도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