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중이던 한국의 해양경찰 윤제헌 경감이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서 쓰러진 남성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냈다.
1일 뉴스1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중심인 두오모 광장에서 지난달 2일 발생했던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여행객들로 붐비는 광장 한복판에서 한 중년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지만, 주변 사람들은 당황한 채 지켜보기만 했다. 그때 윤제헌 씨는 망설임 끝에 사람들을 가르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일정에 지장을 줄 수도 있었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그를 움직였다. 그렇게 시작된 2~3분의 응급처치는 곧 한 사람의 호흡을 되찾는 결정적 시간이 됐다.

◆ 외국인도 놀란 즉각 대응…광장 한가운데에서 시작된 구조
광장을 지나던 윤제헌 씨는 바닥에 쓰러진 남성을 보고 바로 맥박과 호흡을 확인했다. 숨이 멎은 상태임을 파악하자 그는 지체 없이 가슴 압박을 시작했다. 쓰러진 남성 주변에는 외국인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있었지만,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상황이었다. 윤 씨는 아내와 주변인들에게 신고를 요청하며 심폐소생술을 지속했고, 광장은 금세 긴박한 분위기로 변했다. 그의 빠른 판단과 응급처치 덕분에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골든타임이 유지될 수 있었다.
◆ 2~3분 만에 돌아온 호흡…전문가다운 침착함의 배경
윤제헌 씨가 주저하지 않고 CPR을 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직업적 배경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대한민국 해양경찰 간부로, 구조와 응급 대응 훈련을 꾸준히 받아왔다. 특히 현재 파견 중인 국무조정실 재난대응팀에서 초동대응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며 일해온 터라 현장 판단이 더욱 신속했다. 재난·사고 발생 시 즉각 대응하는 업무를 수행해온 경험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발휘된 셈이다. 그의 아내 역시 고용노동부 공무원으로 사고 현장의 심각성을 잘 이해해 현장을 정리하는 데 함께 힘을 보탰다.

◆ 신혼여행 중 만든 미담, 이탈리아 대사관도 감사
이 사실은 곧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 알려졌고, 에밀리아 가토 대사는 윤 씨에게 직접 감사를 전했다. 윤 씨 부부는 지난달 28일 대사관을 찾아 대사와 만나 인사를 나눴다. 그는 두 나라의 우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영광이라며, 이번 감사가 자신 개인이 아니라 한국 공직사회 전체를 향한 신뢰의 표현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특별한 미담으로 포장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 “누구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국무총리실 관계자들은 윤 씨가 평소에도 주말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재난 대응 업무에 투입되면서도 밝고 성실한 태도로 일해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직업적 책임감을 넘어 인간적인 신념이 더해진 선택이었다. 윤 씨는 해외에서 우연히 마주한 위기 속에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행동은 생명을 살린 결정적 순간이었다. 장소가 어디든, 상황이 얼마나 갑작스럽든 기본적인 응급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증명한 사례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