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노조위원장 선거 D-1…선관위 과잉 징계 막판 변수로

2025-12-01 15:26

이동혁·박봉수 양강 구도…법원 “선관위 징계 부당” 가처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 우리은행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 우리은행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기호 2번 이동혁 후보(서울 양평동지점 차장)와 3번 박봉수 후보(현 위원장)가 접전을 벌이고 있고, 1번 최인범 후보(서울 노량진금융센터 차장)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현직 노조위원장인 박 후보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이 강한 선거 구도 속에서, 박 후보의 지난 임기에 대한 ‘심판론’이 어느 정도로 결집하느냐가 포인트다. 직원 상당수가 위원장 교체 필요성을 느낀다면 1차 투표에서 승패가 갈릴 수도 있다.

선거 막판 변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과잉 징계 논란이다. 선관위는 박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던 전 노조 간부 A 씨(휴직 중)가 촬영한 카카오톡 사진을 문제 삼아 이동혁 후보 측에 공개 경고를 내렸고, 이에 대해 이동혁 후보 측이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1일 이를 인용하며 선거 공정성 논란이 확산했다.

1차 투표는 2일 전자투표로 진행된다. 전체 유권자는 약 9000명으로, 과반 득표 시 결선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4일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결정된 것은 2013년이 마지막이다.

'재신임'과 '교체'…명확한 전선

후보별 슬로건은 뚜렷하다. 최인범 후보는 "조합원이 먼저입니다", 이동혁 후보는 "바꿔야 바뀝니다!", 박봉수 후보는 "딱 맞는 선택, 더 나은 미래"를 내걸었다.

이동혁 후보는 현 집행부에 대한 변화를 강조하고 있고, 박 후보는 2022년 선거 슬로건의 연장선에서 재신임을 요구하고 있다.

박 후보와 이 후보의 양강 구도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특히 이 후보 진영에는 박 후보 당선을 도왔던 조직 일부가 합류했다.

노조 관계자는 "2023년 박 위원장 집행부 구성원 절반 이상이 이동혁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지난 선거 2위였던 김창열 후보 조직이 캠프에 가세했고, 10.8%를 득표한 이강산 서울 둔촌동지점 차장이 수석부위원장 후보로 함께 출마한 점도 힘이다.

영업점 민심과 본점 조직력 변수

각 캠프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것은 영업점 민심이다.

지난 몇 년간 영업점에서는 개인금융팀 운영, 오전 시간 외 근무 등록 제한, 점포 대형화와 인력 재배치 등 각종 조직 개편을 둘러싼 불만이 쌓여왔다. “은행이 사람을 더 쓰는 게 아니라 같은 인원에게 더 많은 일을 떠넘긴다”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 불만이 곧바로 박 위원장에 대한 심판론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1차 판세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다.

박 위원장을 포함해 현 집행부 핵심들이 모두 부산·경남권 출신이라는 점이 비(非) PK 지역 조합원들에게 미묘한 거리감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박봉수 후보, 김경우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진주고 동문이고, 안정진 부위원장 후보는 부산대 출신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지난 집행부 내 갈등과 박 위원장에 대한 고발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진주고-부산 라인 일변도’에 대한 피로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본점 표심은 여전히 박 위원장의 최대 보루로 꼽힌다. 본점의 분회장·간부 인사에서 현 집행부의 영향력이 큰 만큼, 조직표가 얼마나 결집하느냐에 따라 전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 막판 들어 본점 일부에서도 “경영진 견제가 제대로 됐는가”, “위원장이 각종 사고와 의혹의 늪에 빠지면서 노조 신뢰가 떨어졌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영업점뿐 아니라 본점에서도 ‘심판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결집할 경우, 박 후보가 상당한 열세에 처할 수 있다.

선관위 ‘과잉 징계’ 논란…막판에 불붙은 공정성 공방

선거 막판 가장 뜨거운 쟁점은 선관위의 과잉 징계다.

선관위는 지난달 21일 공지를 통해 “선거권이 없는 조합원이 특정 후보자를 비방해 공명선거를 저해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관련 내용을 기호 2번 이동혁 후보 측에 대한 공개 경고로 의결했다. 공개 경고가 3회 누적되면 후보자 자격이 박탈된다.

문제의 당사자는 지난 4월 박봉수 위원장을 행사비 ‘페이백’ 의혹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던 전 노조 간부 A 씨다. A 씨가 자신의 고발 내용을 요약한 이미지를 4월과 9월 두 차례 카카오톡 본인 계정에 올린 뒤 지우지 않고 계속 남긴 행위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재 휴직 중으로 선거권이 없는 상태다. 선관위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서는 “선거권도 없는 사람의 카톡 프로필까지 문제 삼는 건 과도하다”, “현직 위원장에게 불리한 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관련 이미지를 사실상 입막음한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 같은 논란은 법원이 1일 이 후보 측이 제기한 공개 경고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더욱 거세게 일게 됐다.

법원은 A 씨가 이 후보 선거대책본부에 소속되어 있지 않거니와, 이 후보 측이 A 씨의 행위를 사주하거나 의도적으로 방조하지 않았다면서 징계 처분을 내릴 관련성이 부족하다고 근거를 들었다. 또 “공개경고 처분 사유는 가급적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면서, 후보 자격 박탈까지 갈 수 있는 공개 경고 처분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박 후보(현 위원장)는 노조 행사비를 부풀려 결제한 뒤 현금을 돌려받는 이른바 ‘페이백’ 방식으로 1000만원 이상을 챙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박 후보는 관련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어 선관위는 이동혁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이강산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운영하던 오픈채팅방을 ‘운영 중단’만 해두고 방 자체를 삭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가 심의에 착수해 며칠간 심의했다. 이 건에서까지 경고가 내려질 경우 이동혁 후보 측은 3회 경고로 후보 자격 박탈 가능성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구두 경고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위원장 수사·경영진 부담도 뒤엉켜

은행 경영진도 이번 노조 선거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선관위의 징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직 위원장이 형사 수사 대상인 상황에서 선관위 징계 논란까지 겹쳐 선거가 파행을 빚게 되면, 단순한 노조 문제를 넘어 우리은행 전체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이슈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 선거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누가 당선되더라도 노조 운영 과정에서 파행과 잡음이 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불똥이 경영진까지 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게 은행 안팎의 설명이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