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두부조림은 양념을 깊이 스며들게 해 두부 본연의 담백함을 화끈한 맛으로 끌어올리는 대표 밥도둑이다.
이 요리의 핵심은 강불에서 들기름과 고춧가루를 먼저 끓여 양념의 풍미를 최대한 살린 뒤 채소와 두부를 차례로 넣어 졸여내는 순서에 있다. 들기름의 고소함이 고춧가루의 매운 향과 만나면 양념이 더욱 깊어진다. 그런 다음 채소가 어우러지며 감칠맛을 더하고, 마지막에 들어가는 두부는 양념을 속속들이 흡수해 진한 맛을 완성한다. 이 과정만 지켜도 집에서도 맛집 못지않은 얼큰두부조림이 완성된다.

◆ 불 조절과 순서가 만드는 깊은 풍미
얼큰두부조림의 성공 여부는 시작 단계에서 결정된다. 먼저 팬을 센 불에 달군 뒤 들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고루 펼쳐준다. 여기서 기름이 뜨거워지기 전에 고춧가루를 넣으면 텁텁해질 수 있어 반드시 들기름이 충분히 달라올 때 넣어야 한다. 고춧가루가 기름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게 두면 매운 향과 고소한 향이 동시에 살아난다. 이때 만들어지는 매운 기름이 양념의 베이스가 되어 두부가 양념을 더 잘 흡수하게 된다.
◆ 채소가 끓는 기름에 닿는 순간 감칠맛이 오른다
고춧가루 기름이 끓기 시작하면 바로 채소를 넣는다. 보통 양파, 대파, 청양고추 등을 사용하는데 기름이 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채소는 뜨거운 양념 기름을 만나며 단맛과 수분을 빠르게 내놓는데, 이 순간 전체 양념의 감칠맛이 올라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충분히 볶아지면 채소에서 나온 수분이 자연스러운 육수 역할을 하며 양념은 더욱 부드럽고 깊어진다. 이 단계가 지나야 두부가 양념을 더 잘 머금는다.

◆ 두부를 깔고 졸여내는 완성 단계
채소가 양념과 잘 어우러지면 비로소 두부를 넣을 차례다. 두부는 팬 바닥에 평평하게 깔아 양념이 전체적으로 닿도록 배치한다. 두부 위로 양념과 채소를 올려 덮듯이 졸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양념이 속까지 스며든다. 불은 처음엔 센 불에서 끓이다가 중약불로 낮춰 졸여야 두부가 부서지지 않고 모양을 유지한다. 국물이 거의 잦아들면 마지막 간을 맞추고 불을 끄면 된다. 두부가 양념을 충분히 머금었는지 확인하려면 젓가락으로 살짝 눌러봤을 때 속에서 촉촉하게 양념이 배어 나오는지 보면 된다.
◆ 밥도둑의 위력, 활용까지 다양하다
완성된 얼큰두부조림은 따뜻한 밥 위에 올려 먹으면 그 자체로 한 끼가 된다. 김가루나 달걀프라이를 곁들이면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식사가 되고 국물에 물을 약간 더 부어 졸이면 매콤한 찌개 스타일로 변신한다. 남은 양념은 채소를 볶을 때 활용하거나 비빔면 양념으로 사용해도 깊은 맛이 살아난다. 두부 요리를 자주 먹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조리법이 간단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매운맛을 조절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무엇보다 들기름과 고춧가루를 먼저 끓여내는 이 요리법은 다른 매콤한 조림이나 볶음 요리에도 응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