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자동서명장치 오토펜으로 서명한 문서와 행정명령을 모두 무효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재임 중 162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오토펜으로 서명한 문서가 얼마나 되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바이든 문서의 약 92%가 오토펜으로 서명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토펜은 미국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승인하지 않는 한 사용할 수 없다"며 "오토펜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사람들 때문에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모든 행정명령과 기타 문서들을 즉시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은 오토펜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그가 관여했다고 주장하면 위증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구체적인 행정명령이나 문서가 무효화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성명에서 "재임 중 모든 결정을 내렸다"며 "사면, 행정명령, 법안, 선언문에 관한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 않았다는 주장은 터무니없고 거짓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오토펜 사용의 법적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법무부 법률고문실은 오토펜 합법성에 관한 광범위한 검토를 실시했다. 당시 법무부는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기 위해 직접 서명하는 물리적 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시간 동부지구 연방검사를 지낸 바버라 맥퀘이드는 "어떤 대통령이든 전임자의 행정명령을 취소할 권한이 있지만, 서명 방식과는 무관하다"며 "오토펜 서명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법률학자 에드 윌런은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모든 행정명령을 취소할 수 있지만, 의회가 제정한 법안이나 사면 등 '그 외 모든 것'에 대해서는 같은 자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워싱턴D.C.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가 주방위군을 공격한 사건 이후 나왔다. 지난 26일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에서 웨스트버지니아 주방위군 2명이 총격을 받았다. 20세 여군 새라 벡스트롬은 27일 사망했고, 24세 남군 앤드류 울프는 중태에 빠졌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라흐마눌라 라칸월로 확인됐다. 그는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CIA가 지원하는 준군사조직에서 활동했으며, 2024년 망명을 신청해 지난 4월 승인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후 "제3세계 국가로부터의 이민을 영구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승인된 모든 망명 신청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에서 합법적 절차를 거쳐 이민을 온 이들이 추방 위기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민권·이민국(USCIS)은 "아프간 국적자와 관련된 모든 이민 요청 처리를 보안 및 심사 절차에 대한 추가 검토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온 아프가니스탄 출신 모든 외국인을 재검토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하원은 지난달 바이든 전 대통령의 오토펜 사용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보좌관들이 바이든 전 대통령 몰래 법안이나 지시에 서명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1월 취임 직후 바이든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 약 70건을 이미 취소했다. 오토펜을 둘러싼 논란이 어떤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