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씨처럼 퍼지는 ‘나의 이야기’~쪽방촌 어르신들, 침묵을 깨다

2025-11-29 03:58

홀씨처럼 퍼지는 ‘나의 이야기’~쪽방촌 어르신들, 침묵을 깨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평생 가슴속에만 묻어두었던 삶의 희로애락이, 민들레 홀씨처럼 피어났다. 사회 가장 깊숙한 곳, 고립된 어르신들이 마침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를 찾았다.

사단법인 월드뷰티핸즈가 운영하는 엘드림노인대학에서, 지난 28일 열린 ‘민들레 토크쇼’는 단순한 말벗 프로그램을 넘어, 얼어붙었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 치유의 현장이었다.

◆‘고독의 섬’에 띄운 ‘소통의 돛단배’

‘민욱이가 들어주는 내 이야기’라는 따뜻한 뜻을 품은 ‘민들레 토크쇼’. 이 프로그램은 상담 전문가인 장민욱 사무총장이 기획한 ‘고독생(孤獨生)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1인 가구 비율이 64%에 달하는 지역 현실 속에서, 사회와 단절된 채 홀로 스러져가는 비극, 즉 고독사를 막기 위해 띄운 희망의 돛단배인 셈이다.

◆평균 연령 80세, 인생을 말하다

참석한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은 80세를 훌쩍 넘는다. 이들은 일방적인 돌봄의 대상을 넘어, 자신의 삶을 직접 이야기하는 주체로 무대에 섰다. 전문적인 소통 기법 교육을 통해, 어르신들은 잊고 지냈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되찾으며 우울증과 치매를 이겨낼 내면의 힘을 길렀다.

◆씨앗은 2년 전부터…‘사회적 안전망’의 결실

이 기적 같은 소통의 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월드뷰티핸즈와 사단법인 해돋는마을(이사장 장헌일 신생명나무교회 목사)을 비롯한 여러 민관 단체들은, 내년부터 시행될 돌봄통합지원법에 발맞춰 지난 2022년부터 이 프로젝트의 씨앗을 뿌려왔다. 지역 공동체가 촘촘하게 엮어낸 사회적 안전망이 마침내 값진 결실을 본 것이다.

◆단순한 말벗 넘어 ‘생명지킴이’로

민들레 토크쇼는 어르신들에게 단순한 위로를 건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생명지킴이’로 거듭나도록 돕는다. 오늘 피어난 작은 민들레 홀씨 하나가, 고독이라는 삭막한 땅을 희망의 들판으로 바꾸는 위대한 시작이 되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