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에서 차 멈추면 답 없다…겨울 오기 전에 꼭 알아둬야 할 ‘자동차 버튼’

2025-11-30 10:32

‘차가 미끄러지는 모양’ 아이콘의 정체

겨울철 눈이 오기 시작하면 도로는 순식간에 미끄러운 함정으로 바뀌고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오르막이나 골목길에서도 차가 헛바퀴를 돌리며 멈춰서는 상황이 매년 반복된다. 그렇다고 차량을 안 쓰고 살 수는 없으니 결국 눈길과 빙판길을 뚫고 달려야 하는데 이때 미리 알아두면 좋은 기능이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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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을 보면 미끄러지는 차 모양 아이콘이 그려진 버튼이 하나쯤 있다. 제조사마다 이름과 표기는 제각각이라 어떤 차는 TCS, 어떤 차는 ESC·ESP, 또 어떤 차는 ‘미끄럼 방지’ 같은 표현으로 표시돼 있지만 결국 구동력 제어와 차체 자세 제어를 조절하는 버튼이라는 점은 같다.

대부분의 차는 짧게 한 번 누르면 구동력 제어 기능이 먼저 제한되거나 꺼지고 계기판에 “Traction Control disabled” 또는 TCS OFF 비슷한 문구가 뜬다.

여기서 2~3초 이상 길게 누르면 차체 자세 제어까지 함께 꺼지는 2단계 OFF로 넘어가며 “Traction & Stability Control disabled”처럼 표시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다만 단계 구성과 표시 방식은 차종마다 다를 수 있으니 최종 확인은 버튼에 적힌 약자보다 계기판에 뜨는 메시지와 아이콘을 기준으로 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hotsum-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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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바퀴’ 잡는 TCS, ‘차 균형’ 잡는 ESC

구동력 제어 기능인 TCS는 출발하거나 가속할 때 구동 바퀴가 헛도는 상황을 막는다. 눈길이나 빗길에서 엑셀을 밟았는데 바퀴만 빠르게 돌면 차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옆으로 흐르기 쉬운데 이때 시스템이 엔진 힘을 잠깐 줄이거나 미끄러지는 바퀴에만 제동을 걸어 접지력을 되찾게 한다. 그래서 힘이 빠진 듯 느껴져도 실제로는 미끄러짐을 막는 안전 개입인 경우가 많다.

차체 자세 제어인 ESC는 차량이 달리는 동안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과 실제 차량 거동이 어긋나는 순간을 잡아준다. 코너에서 차가 바깥으로 밀리거나 뒤가 흔들려 스핀으로 이어질 조짐이 생기면 각 바퀴 브레이크와 출력을 따로 조절해 차가 다시 의도한 궤도로 돌아오게 만든다. TCS가 ‘헛바퀴 억제’라면 ESC는 ‘차 전체 균형과 궤도 유지’에 초점이 있다.

◈ 언제 끄고 언제 켜나

일반적인 눈길 주행에서는 TCS와 ESC를 켜둬야 한다. 미끄러운 도로에서 바퀴가 헛돌거나 차가 흐르는 상황을 줄여주는 기본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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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차가 깊은 눈이나 진흙에 빠져 전혀 움직이지 못할 때는 예외가 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TCS가 출력을 계속 줄이면서 바퀴가 눈을 파내지 못해 탈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서 잠시 TCS를 꺼 바퀴가 약간 헛돌며 빠져나올 공간을 만들게 하는 방식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이때도 탈출 직후에는 바로 다시 켜는 것이 원칙이다.

◈ 깜빡이는 미끄럼 아이콘은 ‘정상 작동 신호’

겨울철 주행 중 계기판에 노란색 미끄러지는 차 아이콘이 깜빡일 수 있다. 이는 TCS나 ESC가 실제로 개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노면이 미끄럽다는 뜻이기도 하니 속도를 줄이고 조작을 부드럽게 하면 된다. 아이콘이 계속 고정돼 켜져 있거나 주행 내내 꺼지지 않을 때만 점검을 떠올리면 된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차량을 시민들이 함께 밀고 있다. / 뉴스1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차량을 시민들이 함께 밀고 있다. / 뉴스1

정리하면 겨울 눈길에서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원칙은 “달릴 땐 켜둔다”는 것이다. TCS와 ESC는 눈길처럼 접지력이 떨어진 노면에서 바퀴가 헛돌고 차가 흐트러지는 순간을 알아서 눌러주는 장치라 평소엔 존재감이 적어도 겨울엔 안전을 좌우하는 기본 기능이 된다. 눈길에서 엑셀을 밟을 때 차가 잠깐 힘이 빠진 것처럼 느껴지거나 계기판에 미끄럼 아이콘이 깜빡이는 것도 대부분은 고장이 아니라 이런 시스템이 개입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 탈출한 순간부터는 다시 켜야

예외는 딱 한 가지 상황뿐이라는 점도 다시 기억해두면 좋다. 차가 깊은 눈이나 진흙에 빠져 바퀴가 전혀 굴러가지 못할 때는 TCS가 출력을 줄이는 성격 때문에 탈출을 오히려 더디게 만들 수 있다. 이때만 잠시 TCS를 꺼 바퀴가 일부러 헛돌며 차를 흔들어 빠져나올 공간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신 탈출한 순간부터는 다시 켜야 한다. 기능이 꺼진 상태로 눈길을 달리면 미끄러짐을 잡아줄 장치가 사라져 위험이 커진다.

차량정비소에서 스노우타이어 교체 작업이 한창인 모습. / 뉴스1
차량정비소에서 스노우타이어 교체 작업이 한창인 모습. / 뉴스1

그리고 아무리 전자 장치가 좋아졌어도 겨울 운전의 성패는 결국 타이어에서 갈린다. TCS와 ESC가 미끄러짐을 줄여주는 건 맞지만 바닥을 직접 붙잡는 건 타이어라서 눈길이나 결빙 구간이 잦은 지역이라면 스노타이어(윈터타이어)가 가장 현실적인 안전 장비다. 제동거리와 조향 안정성이 확 달라지고 기능들의 효과도 그만큼 더 잘 살아난다. 겨울철 운전을 해야 한다면 버튼 위치와 작동 방식만큼이나 타이어 준비까지 같이 챙기는 게 가장 확실한 대비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