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학교를 지으라고 걷어놓은 수천억 원의 돈이, 정작 아이들이 줄어 학교를 지을 수 없게 되자 갈 곳을 잃고 ‘고인 물’처럼 썩어가고 있다.
26일, 전남도의회 정영균 의원은 ‘학교용지부담금’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는 이 막대한 예산의 빗장을 풀어, 낡은 학교를 고치고 아이들의 위험한 통학로를 개선하는 데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림의 떡’이 된 예산, 문제는 ‘법’
문제의 본질은 간단하다. 현행법상 ‘학교용지부담금’은 오직 ‘새 학교를 지을 땅’을 사는 데만 쓸 수 있도록 대못이 박혀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신규 학교 설립 수요가 급감하면서, 이 돈은 매년 쓰이지도 못하고 이월되는 ‘그림의 떡’ 신세로 전락했다. 정 의원은 “뻔히 쓰지 못할 예산을 매년 편성하고 이월하는 악순환은, 예산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정작 돈이 필요한 다른 교육 분야의 발목까지 잡는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돈은 쌓여가는데…위험에 방치된 아이들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한쪽에서는 수천억 원의 돈이 용도를 찾지 못해 잠자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낡은 시설과 위험한 통학 환경에 아이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미 관련 조례에는 학교를 증축하거나 개축하는 데 이 돈을 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며, “신설 학교 부지 매입이라는 낡은 칸막이를 허물고, 낡은 학교를 고치고, 아이들의 통학로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는 등, 지금 당장 아이들에게 필요한 곳에 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랫물’이 막혔으면, ‘윗물’을 뚫어야
하지만 이는 전남도나 교육청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학교용지부담금’의 사용처를 확대하도록 법을 고치는 것은, 교육부와 국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전남도가 교육청과 머리를 맞대는 것을 넘어, 교육부와 국회를 상대로 ‘이 법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이들이 체감하는 곳에 돈을 쓰자”
결국 정 의원의 주장은, 책상 서랍 속에 잠자는 예산이 아닌,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매일매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예산’을 만들자는 것이다. 인구 구조의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낡은 법과 제도의 둑을 허물고 유연한 재정 운영으로 아이들의 안전과 미래를 지켜내야 한다는 그의 외침에, 이제 중앙정부가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