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지난 26일, 전라남도가 마련한 ‘납북귀환어부 진실·회복 소통회’는, 수십 년간 ‘간첩 가족’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채 숨죽여 살아온 피해자 가족들의 피맺힌 절규와 눈물이 뒤섞인 한풀이의 장이었다. 만선의 꿈을 안고 나갔던 푸른 바다가, 어느 날 핏빛 상처로 돌아왔던 그날의 기억을, 이들은 60여 년 만에 비로소 세상에 꺼내놓았다.
◆‘환영’ 대신 ‘고문’…국가가 휘두른 폭력의 닻
“아버지가 북에서 돌아오셨을 때, 우리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그 눈물은 곧 공포의 눈물로 변했습니다.” 한 유가족의 떨리는 증언처럼, 그들은 목숨을 걸고 돌아온 고향에서 따뜻한 환영 대신, 국가정보 기관의 차가운 고문과 심문을 마주해야 했다. ‘간첩’이라는 낙인과 함께 씌워진 억울한 옥살이는, 한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한 가족 전체를 풍비박산 냈다.
◆새롭게 드러난 ‘상처의 바다’
이날 소통회는, 그동안 알려졌던 ‘동림호’와 ‘탁성호’ 사건을 넘어, 여수 초도 지역의 ‘제3지도호’, ‘금양호’, ‘백구호’ 등 새롭게 확인된 피해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국가 폭력의 상처가 얼마나 더 깊고 넓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잊고 싶었던, 그러나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그날의 기억들을 꺼내놓는 피해자들의 증언에, 행사장은 숙연한 침묵과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시간이 없습니다”…특별법 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주종섭 전남도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 용기를 내주신 여러분이야말로,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진정한 영웅들”이라며 깊은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그는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으로,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 너무 많다”며, 진실을 규명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정당한 배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납북귀환어부 사건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뿐임을 역설하며, 의회 차원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의 김, 마침내 닻을 올리다
주 의원은 이미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수차례 토론회를 여는 등,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왔다. 뒤늦게나마 시작된 진실 규명의 움직임. 상처의 바다 위에, 과연 진실을 싣고 정의의 닻을 내릴 수 있을지, 이제는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