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스쳐 지나가던 시내버스 번호엔 사실 따로 숨겨진 원리가 있다..

시내버스의 색깔과 번호는 얼핏 보면 그냥 정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울이든 부산이든 대구든 각 도시 버스 체계에는 노선의 역할과 이동 구역을 반영한 나름의 규칙이 있다. 멀리 가는 버스가 왜 다른 색인지, 동네를 도는 버스가 왜 또 다른 색인지, 번호 자릿수가 노선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도 이런 기준에서 나온다.
이 번호 체계를 알면 노선도나 앱을 매번 확인하지 않아도 버스가 어디서 출발해 어디로 향하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버스 번호에 담긴 규칙을 정리해 살펴본다.
◈ 색은 익숙하지만 번호는 낯선 서울 시내버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버스는 운영 회사만 64개에 이르고 간선 135개, 지선 208개, 광역 10개, 순환 2개 등 총 3004개 노선을 달리며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노란색 네 가지 색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파란색 버스는 서울 주요 지역을 잇는 중장거리 간선버스다. 초록색 버스는 지하철과 간선버스 정류장을 연계하는 지선버스로 동네 곳곳을 다니며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의 중간 역할을 맡는다.
빨간색 버스는 광역버스로 수도권과 서울 도심을 급행으로 이어주고 노란색 버스는 도심을 순환하는 순환버스다. 버스 색깔은 노선 성격과 역할을 구분하기 위해 나뉘어 있으며 시민들이 이동 목적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체계화돼 있다.
이처럼 서울 시내버스는 색깔만 봐도 간선·지선·광역·순환처럼 역할이 구분된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번호에 담긴 규칙은 의외로 잘 모른 채 타는 경우가 많다
◈ 서울 시내버스 번호 규칙
서울버스의 간선과 지선은 ‘권역 번호 체계’를 바탕으로 노선 번호가 정해지는데 서울을 0번부터 7번까지 여덟 개 큰 이동 권역으로 나눠 놓고 버스 번호에 그 흐름을 넣는 방식이다.

파란색 간선버스는 기본적으로 세 자리 숫자를 쓴다. 첫 번째 숫자는 출발 권역, 두 번째 숫자는 도착 권역을 뜻하고 마지막 숫자는 유사한 경로를 오가는 노선의 일련번호다.
예를 들어 171번은 1번 권역에서 출발해 7번 권역으로 가는 계통이며 같은 흐름의 노선 가운데 일련번호 1번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실제 171번은 성북구 정릉동에서 출발해 마포구 상암동까지 운행한다.
초록색 지선버스도 첫 번째 숫자가 출발 권역, 두 번째 숫자가 도착 권역이라는 점에서 구조는 같다. 다만 지선은 동네 안에서 갈래 노선이 훨씬 많다 보니 같은 권역 흐름 안에서도 노선을 더 세분해 구분할 필요가 생겼고 그 결과 뒤의 일련번호가 11부터 99까지 넓게 배정돼 네 자리 숫자가 됐다.

여기서 말하는 ‘권역’은 서울을 큰 생활권 단위로 나눠 둔 구획을 뜻한다. 0번 권역은 종로·중구·용산처럼 도심권을 묶어 둔 구역이고, 1번 권역은 도봉·강북·성북·노원으로 대표되는 동북권 생활권이다. 2번 권역은 동대문·중랑·성동·광진 등 동쪽 축을, 3번 권역은 강동·송파로 이어지는 동남권을 담당한다.
4번 권역은 서초·강남 중심의 강남권이고, 5번 권역은 동작·관악·금천처럼 남서권 생활권, 6번 권역은 강서·양천·영등포·구로로 이어지는 서남권 핵심 축, 7번 권역은 은평·마포·서대문 같은 서북권을 아우른다.
이런 권역 구분이 먼저 깔려 있기 때문에 번호 체계를 알고 있으면 버스가 움직이는 큰 방향을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노선도에서 정류장 하나하나를 따라가지 않고 첫 두 자리만 봐도 “어느 생활권에서 출발해 어느 생활권으로 가는 노선인지”가 대략 그려지는 구조다.


다만 광역버스는 간선·지선과 번호 읽는 법이 조금 다르다. 빨간색 광역버스는 서울 안이 아니라 서울 밖 수도권에서 들어와 도심까지 급행으로 이어주는 노선이라 수도권을 1~7번 권역으로 나눠 출발지를 표시한다.
1권역은 의정부·양주·포천, 2권역은 구리·남양주, 3권역은 하남·광주, 4권역은 성남·용인, 5권역은 안양·과천·의왕·안산·군포·수원, 6권역은 인천·부천·김포·광명·시흥, 7권역은 파주·고양을 중심으로 운행한다.
따라서 광역버스 네 자리 번호에서 앞부분은 ‘광역 노선 구분 + 수도권 출발 권역’을 담고 뒤 두 자리는 같은 권역 흐름 안에서 노선을 가르는 일련번호로 붙는다. 현재는 수도권 직장인 수요가 늘면서 정차 구간을 줄여 더 빠르게 달리는 광역급행버스(M버스)도 따로 운영되고 있다.
◈ 전국 공통은 아닌 버스 규칙
서울처럼 세부 권역 번호를 그대로 따라 읽는 방식이 대표적이긴 하지만, 부산과 대구도 각 도시가 정해둔 번호 부여 규칙에 따라 노선이 구성돼 있다. 간선·지선·급행 같은 노선 유형을 먼저 나누고, 그 안에서 출발·도착 생활권이나 운행 축, 노선 순번을 숫자에 담는 구조라는 점이 핵심이다. 다만 권역을 나누는 기준이나 번호가 붙는 순서, 예외 노선 처리 방식은 도시별 운영 체계에 맞춰 달라진다.

다만 이런 번호·색 체계가 전국에서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서울·부산·대구처럼 권역 기반 규칙을 비교적 명확하게 공개해 운용하는 곳이 있지만 다른 지자체들은 지형과 도로망, 도시 구조, 노선 개편 과정에 맞춰 번호 부여 방식이나 색 구분을 따로 정해 운영하기도 한다.
따라서 같은 ‘간선·지선·급행’이라는 이름을 쓰더라도 지역에 따라 번호 자릿수나 숫자가 담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버스 번호를 읽는 기본 원리는 “각 도시가 정한 규칙 안에서 출발지와 도착지, 노선 성격을 표시한다”는 데 있다. 세부 기준은 지자체별 운영 체계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함께 알아두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