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 투자했는데 보상이 8만 원”... 롯데홈쇼핑 NFT 사태 일파만파

2025-11-25 12:50

투자자 100여명 “코인 사기와 같다” 법적 대응

벨리곰     NFT / 롯데홈쇼핑
벨리곰 NFT / 롯데홈쇼핑

"이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큰 커뮤니티의 길로 함께 가자." 2023년 2월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가 NFT 홀더들을 위한 밤샘 행사에서 외친 약속이다. 그로부터 불과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롯데홈쇼핑은 사업 종료를 선언했고,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8만원 가량의 홈쇼핑 적립금뿐이었다.

NFT 열풍이 불었던 2022년. 롯데홈쇼핑은 자체 캐릭터 '벨리곰'을 내세워 멤버십 혜택을 연계한 NFT를 발행하며 화려한 미래를 그렸다. NFT는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자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일종의 디지털 인증서다. 그림이나 영상,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해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성을 갖게 한다.

롯데홈쇼핑은 "NFT 홀더를 위한 다양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믿었다. 그러나 NFT 시장이 침체하자 회사는 돌연 사업 종료를 선언하며 소액의 보상안만 내놓아 투자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2022년 8월 벨리곰 멤버십 NFT 9500개를 발행하며 벨리·홀릭·메가·슈퍼·서프라이즈·프렌즈 등 총 6개 등급으로 나눠 판매했다. 당시 회사 측은 NFT 소유주에게 벨리곰 등장 시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벨리 패스', 롯데 계열 호텔 숙박 할인, 전용 라이브커머스 할인쿠폰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 뉴스1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 뉴스1

특히 최상위 등급인 '벨리' 홀더에게는 롯데 시그니엘 숙박권과 조식 이용권이 포함된 '시그니엘 플래티넘 패키지', 롯데호텔월드 숙박권과 어트랙션 패스권, 샤롯데씨어터 관람권 등 고급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롯데홈쇼핑은 "이 밖에 NFT 소유주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다. 회사는 업계 최초로 NFT 마켓플레이스를 열며 메타버스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도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전 예약 고객 대상으로 판매된 6000개에 이어 일반 고객 판매분 3500개는 0.5초 만에 완판됐다. 발행 당일 NFT 거래소 오픈씨에서 암호화폐 '클레이튼' 계열 중 거래 금액 국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벨리곰 NFT가 2차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NFT 홀더를 위한 다양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회사의 공격적인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3년에는 벨리곰 NFT와 연계되는 '벨리랜드 NFT'까지 추가로 발행하며 투자자들을 또 끌어모았다. 같은 해 2월에는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NFT 홀더를 위한 밤샘 행사까지 열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더 크고 넓은 생태계의 확장, 이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큰 커뮤니티의 길로 대표이사인 저와 롯데홈쇼핑 그리고 홀더 여러분 함께 가자"고 말하며 투자자들의 믿음을 키웠다. 대표가 직접 나서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자 투자자들의 신뢰는 더욱 견고해졌다.

실제로 상위 등급 NFT 가격은 한때 한 개에 수천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올랐다. 일부 투자자들은 3000만~1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NFT 자체의 가치 상승과 함께 롯데 계열사 전반에서 누릴 수 있는 멤버십 혜택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를 부추겼다.

롯데홈쇼핑은 NFT 구매자들이 이를 거래할 때 발생하는 2차 거래 수수료(거래액의 6~8%)를 주 수익원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자체 'NFT SHOP'까지 구축해 거래 활성화를 유도했다. 회사는 NFT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를 설계했고, 투자자들에게는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며 윈윈 구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NFT 시장이 침체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023년 중반부터 NFT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거래가 급감했고, 롯데홈쇼핑 몫의 수수료 수익도 사실상 사라졌다. 거래되지 않은 매물이 쌓이고 NFT 가치가 곤두박질치자 롯데홈쇼핑의 태도는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회사는 '시즌제'라는 명목을 내세우며 혜택을 차츰 축소하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숙박권·이용권 등의 실질적인 혜택을 계열사에서 사용 가능한 L포인트 등으로 전환했다.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고급 호텔 숙박권이나 공연 관람권 대신 포인트를 지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더 나아가 모바일 게임에 참여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처음 약속했던 '벨리 패스'나 자동으로 제공되는 각종 혜택은 온데간데없고, 게임이라는 추가 과제를 수행해야만 소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 지난달 말 롯데홈쇼핑은 투자자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했다. 내년 2월부로 벨리곰 NFT 멤버십 혜택 운영을 전면 종료하겠다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제시한 것은 8만원 가량의 홈쇼핑 적립금이 전부였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돌아온 보상이 8만원이라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경악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혜택을 추가하겠다", "더 크고 넓은 생태계로 확장하겠다"던 약속은 모두 허언이 됐다.

투자자들은 “코인 사기나 다를 바 없다"라면서 분통을 터뜨리 있다. “돈이 안 벌리니까 이렇게 일방 종료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NFT 거래가 활발할 때는 수수료로 돈을 벌고 시장이 안 좋아지니까 혜택을 일방적으로 종료한다", "대표까지 나서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투자를 유도해놓고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건 명백한 사기" 등의 항의가 쏟아진다.

투자자들은 특히 롯데홈쇼핑이 수익 모델이 붕괴하자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회사는 2차 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구조였기 때문에 NFT 시장이 활성화될 때는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시장이 침체되자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수천만원 이상을 투자한 투자자 100여명은 초기 홍보 자체에 과장광고·기만행위가 있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변호사와 상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롯데홈쇼핑이 발행 당시 "다양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라고 명시적으로 홍보했고, 김재겸 대표까지 나서서 "더 크고 넓은 생태계의 확장"을 약속했다는 점을 법적 쟁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에 대해 롯데홈쇼핑 측은 "2022년 출시 당시 안내된 모든 혜택은 정상적으로 지급 완료돼 환불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혜택 종료로 인한 고객 불편을 고려해 추가 포인트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사전 공지한 혜택을 모두 제공했다고 판단해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지만, 이에 대한 불편함을 고려해 추가 포인트 지급을 약속한 것"이라며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