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미쳤다…평점 9.08 찍고 1위 휩쓴 대이변 ‘한국 영화’ 정체

2025-11-24 17:12

박스오피스 역주행...한국 독립영화 흥행 1위 등극

개봉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오히려 상승세를 타며 박스오피스를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 영화 한 편이 영화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세계의 주인' 속 한 장면 / ㈜바른손이앤에이
영화 '세계의 주인' 속 한 장면 / ㈜바른손이앤에이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4일 기준, 이 영화는 관객 12만 8109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7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 10월 22일 개봉한 지 33일 만의 일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윤가은 감독의 신작 '세계의 주인'이다. 2025년 국내에서 개봉한 한국 독립예술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정상에 올랐다.

개봉 당시부터 적은 스크린 수로 시작했지만, '세계의 주인'은 현재 개봉 5주 차를 맞아 더욱 강력한 흥행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전날보다 무려 5단계나 순위가 상승하며 박스오피스 8위에 이름을 올려 업계를 놀라게 했다.

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컷 / ㈜바른손이앤에이
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컷 / ㈜바른손이앤에이

현재 박스오피스 상위권은 '위키드: 포 굿'을 비롯한 할리우드 대작들과 '체인소 맨: 레제편' 같은 일본 작품들이 장악하고 있다. 24일 현재 1위부터 5위까지 전부 외국 영화가 차지한 상황에서 '세계의 주인'이 7위권을 유지하는 것은 독립영화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성과다.

지난 23일에는 6,600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좌석판매율은 40.2%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개봉 당일보다 더 많은 관객이 찾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입소문의 힘을 입증했다.

작품에 대한 평가도 뜨겁다. 24일 기준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9.08점을 기록 중이다. 관객들은 "아무 정보없이 봐주세요 꼭 봐주세요", "올해 본 영화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정말 좋았던 작품", "삶에 대해 단정 짓지 않고 정말 섬세한 태도로 들여다본다" 등의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세계의 주인' 출연 배우 장혜진과 서수빈 / ㈜바른손이앤에이
'세계의 주인' 출연 배우 장혜진과 서수빈 / ㈜바른손이앤에이

여기에 배우 김혜수, 김태리, 김의성, 박정민, 이준혁, 방송인 송은이, 김숙, 최동훈 감독 등 연예계 인사들이 잇따라 응원 상영회를 여는 것도 흥행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단체 관람과 극장 대관 요청도 계속 이어지면서 13만 관객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의 주인'은 '우리들', '우리집'으로 주목받은 윤가은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겉과 속이 다른 18세 여고생 주인(서수빈)이 전교생이 모두 참여한 서명 운동에 혼자만 반대하면서, 정체불명의 쪽지를 받기 시작하며 일어나는 사건을 담았다.

국내 개봉 전부터 이 영화는 세계 유수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처음이자 단 하나의 작품으로 선정됐고, 핑야오국제영화제에서는 2개 부문을 석권했다. 바르샤바국제영화제에서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한한령으로 한국 영화의 중국 진출이 막힌 지금, '세계의 주인'은 빠른 속도로 중국 배급사와 계약을 맺으며 현지 개봉을 앞두고 있어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줄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세계의 주인' 주연 배우 서수빈 / ㈜바른손이앤에이
영화 '세계의 주인' 주연 배우 서수빈 / ㈜바른손이앤에이

지난 23일 서울 씨네큐브에서는 김혜수가 지원한 두 번째 응원 상영회가 열렸다. 윤가은 감독과 주인공 서수빈을 비롯해 극중 가람 고등학교 학생들로 나온 김정식(수호), 강채윤(유라), 김예창(찬우), 김민지(소미), 김윤정(다미), 오정원(보미) 등이 모두 참석해 관객과 만났다.

윤가은 감독은 이날 배우들에 대해 "가장 자랑하고 싶었던 배우들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무척 영광"이라며 "시나리오를 쓰는 것까지가 영화 만들기의 50%라면, 나머지 49%는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배우분들이 다 해주시는 거다. 감독은 전체를 조망하는 사람이라 사람(캐릭터)의 삶이 어떻게 흘러왔는지까지 모두 디테일하게 파고들기 어렵다. 대신 그 빈자리를 배우들이 채워준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결이 맞는 배우들을 모으고 마음껏 놀고 교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정도다"라고 밝혔다.

주인의 절친 유라 역을 맡은 강채윤은 연기 준비 과정에 대해 "조연임과 동시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시간 외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이에 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관객 호평 속에 흥행 중인 영화 '세계의 주인' / ㈜바른손이앤에이
관객 호평 속에 흥행 중인 영화 '세계의 주인' / ㈜바른손이앤에이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한 관객은 "처음에는 그저 청소년들의 성장을 다루는 영화인줄 알았는데 훨씬 울림있고 좋았다. 무거운 주제지만 너무 무겁거나 비참하지 않고 가볍지도 않게 덤덤한 위로를 해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객은 "전부 진짜 고등학생들 같았다. 일상의 것들로 지어내는 연출도 주욱 멋졌고 여러명의 목소리로 말하는 부분도 정말 좋았다"며 극찬했다.

"용서와 사과가 여전히 어려운 아이들의 이야기. 혹은 아프면 아프다 말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어른들의 이야기", "섣부른 배려보다 사려깊은 마음으로" 등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배급사 바른손이앤에이는 흥행 1위 등극을 기념해 스페셜 포스터도 공개했다. 기존 포스터에는 주인의 얼굴만 담겼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교복, 체육복, 태권도복, 사복 등 여러 모습의 주인과 함께 엄마 태선(장혜진), 친구 수호, 유라, 언니 미도 등 주변 인물들이 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담았다.

'세계의 주인'은 현재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유튜브, 바른손이앤에이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