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던 홍대 집주인 할아버지가 고백을”…한밤중 짐 싸고 도망친 폴란드 여성

2025-11-25 09:48

신고 대신 '도망'이 답이었다

이하 폴란드 여성 토리의 한국 반지하 집. / 유튜브 채널 '조튜브'
이하 폴란드 여성 토리의 한국 반지하 집. / 유튜브 채널 '조튜브'

서울 홍대에서 생활하던 외국인 여성이 집주인 할아버지에게 애정 고백을 받아 한밤중에 짐을 싸 도망치듯 거처를 옮겨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단순한 불쾌함을 넘어, 외국인 여성 거주자가 한국에서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구독자 73만여 명의 여행 유튜브 채널 조튜브(Joe튜브)에 최근 올라온 '한국 반지하에서 청국장 끓여 먹는 폴란드 여동생' 영상은 폴란드 여성 토리가 한국에서 겪은 주거 불안을 날것으로 담았다.

토리는 외국인이 지내기 쉽지 않은 열악한 환경인 반지하에서 1년 3개월 동안 직접 꾸려온 삶을 영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한국 반지하 생활의 첫인상은 '좁음'이었다. 냉장고와 싱크대 사이 좁은 틈에서 몸을 비틀며 요리해야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유튜브 채널 조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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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욕실을 빼곡히 차지한 세탁기 옆에는 캐리어 2개가 세워져 있었는데, 좁은 공간 특성에 따른 단순 보관 용도가 아니다. 세탁기의 심한 진동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끼워 넣은 것이다. 잦은 흔들림으로 세탁기가 움직이지 않도록 생활용품을 활용해 임시로 고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토리는 "처음에는 오래 살 생각이 없었지만 힘든 시기에 들어온 집이라 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힘든 시기’란 바로 성희롱성 피해였다.

유튜브 채널 조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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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는 홍대에서 살던 당시 집주인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일이 있었고, 충격을 받은 그는 그날 바로 집을 빠져나왔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잘해주던 사람이어서 더 무섭게 느껴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급히 새로운 방을 찾아야 했던 그는 결국 보증금이 낮은 반지하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했다.

이 사건은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 여성 거주자가 성범죄적 상황에 노출되더라도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토리가 느낀 위협은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문제로 남았고, 신분·언어·정보의 한계 속에서 스스로 몸을 피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유튜브 채널 조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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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는 토리가 청국장을 직접 끓이는 장면도 담겼다.

그는 "한국 전통시장에서 파는 진한 청국장을 자주 사 먹는다"며 이날은 편의점 재료로 청국장을 뚝딱 만들어 의외의 손맛을 보여줬다. 유튜버는 "진짜 맛있다. 청국장을 이 정도로 못 끓이는 한국 여성 많을 것”이라며 감탄했다.

청국장 외에도 두 사람은 폴란드식 소시지를 곁들여 먹으며 서로의 생활 경험을 공유했다.

토리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창문 없는 고시원에서 지냈고, 에어컨 없이 한여름을 버텨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원래도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온 경험이 많다”며 어릴 때 폴란드에서도 가족 셋이 작은 방 하나를 함께 썼다고 말했다. 지금의 반지하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런 배경에서 설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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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