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 통증을 호소하며 한의원을 찾은 환자에게 침 시술을 하다 척수 손상을 일으킨 한의사에게 금고형이 내려졌다.
대전지법 형사9단독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합의 가능성과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사건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통사고 이후 목 통증과 어지러움 등을 느낀 B씨는 A씨의 한의원을 찾았다.
당시 A씨는 길이 10㎝가량 되는 침을 이용해 B씨의 목 부위에 총 4회 시술을 진행했다. 시술 과정에서 A씨는 침이 깊게 들어갈 수 있으며 사람에 따라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는 설명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시술 직후 B씨는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이후 병원 검사에서 척수경막하혈종이 발견됐다. 이는 척수 주변의 경막하 공간에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신경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증상이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의료기록과 진단 결과가 검토되면서 침 시술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결론에 무게가 실렸다. 재판부는 침이 놓인 위치와 혈종이 발생한 부위가 일치하고, 다른 외상이나 병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A씨 측은 B씨가 과거 목디스크 치료 전력이 있었지만 이를 고의적으로 숨겼다며, 환자의 진술도 일관되지 않아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의 진술은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구체적 내용이 포함돼 있고, 전반적으로 일관성이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시술과 사고 사이의 연관성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시술 행위가 전문 의료인으로서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척수 손상은 환자의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충격도 큰 만큼 결과가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 A씨가 초범이며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이력이 없다는 점 등을 참작해 양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침 시술 과정에서도 정확한 해부학적 지식과 안전 조치가 필수적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목 부위는 신경 조직이 밀집해 있어 깊은 자입이 위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의 시술에서는 깊이와 위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침 길이와 자입 깊이를 무리하게 적용할 경우 신경 손상, 출혈, 마비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