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밤, 서울의 하늘을 울릴 ‘제야의 종’ 타종 주인공을 찾는 공모가 시작됐다.

한 해의 마지막 순간, 자정이 가까워지면 보신각 앞은 사람들로 가득 찬다. 누군가는 친구와 손을 잡고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종소리를 기다린다. 0시 정각, 묵직한 타종 소리가 울려 퍼지면 환호성이 뒤섞이고 사람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새해를 맞이한다. 한 해의 끝과 시작이 맞닿는 이 짧은 순간을 직접 느끼기 위해, 해마다 수많은 시민이 종각으로 모여든다. 올해도 그 감동의 주인공이 될 시민을 찾는다.
서울시는 오는 12월 31일 자정,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리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참여할 시민대표를 오는 30일까지 공개 추천받는다고 10일 밝혔다.
1953년부터 이어져 온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해맞이 행사로 한 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식이다. 서울시는 2005년부터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공개 추천 방식을 도입해 매년 사회에 희망과 감동을 준 인물을 시민대표로 선정하고 있다.
추천 대상은 국민에게 희망을 준 인물, 나눔과 선행을 실천한 사람, 역경을 이겨낸 시민, 용기 있는 행동으로 사회적 귀감을 산 인물 등이다.

최근 타종 행사에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추락 직전 운전자를 맨손으로 붙잡고 45분간 버틴 박준현 소방교(2024년),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당시 시민을 구한 18세 의인 윤도일 씨(2023년), 폭우 속에서 배수구를 뚫고 시민을 구조한 강남순환도로 의인 최영진 씨(2022년) 등이 참여했다.
올해도 약 12명 내외의 시민대표가 선정될 예정이며 타종인사 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12월 둘째 주 최종 확정된다. 선정 결과는 서울문화포털을 통해 공개되며, 최종 선정된 시민대표는 12월 31일 보신각에서 진행되는 타종행사에서 총 33회의 타종에 직접 참여한다.
추천은 서울시 문화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추천인은 추천 사유를 포함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김태희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여는 뜻깊은 순간에 시민이 함께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주변의 감동적인 인물을 적극 추천해주길 바란다”며 “보신각의 종소리가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로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보신각 타종의 유래
조선 시대 보신각의 종소리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던 신호였다. 새해 자정에 울리는 ‘제야의 종’의 뿌리도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보신각은 태조 4년인 1395년에 세워졌다. 학자 권근이 종의 명문을 짓고, 지금의 종로 거리 한가운데 큰 누각을 세워 종을 달았다. 당시에는 새벽과 밤마다 종을 쳐 백성들에게 하루의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을 알렸다. 세조 때에는 건물이 층을 더한 형태로 고쳐 지어졌고, 1467년 새로 주조한 대종이 걸리며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밤 10시에는 종을 28번 쳤다. 이를 ‘인정’이라 부르며, 통행금지를 알리는 신호로 사용했다. 이때 도성의 8문이 일제히 닫히고 시민의 이동이 멈췄다. 28번이라는 숫자는 고대 천문학에서 하늘의 별자리를 28구역으로 나눈 ‘28수’에서 유래했다. 하늘에 하루의 끝을 고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새벽 4시에는 ‘파루’라 불리는 타종이 이어졌다. 종을 33번 쳐 통행금지를 해제하고 도성의 문을 여는 신호였다. 33번의 종소리는 불교의 관세음보살이 33개의 하늘로 나뉘어 중생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종소리는 백성의 평안과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이어졌다.
당시의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남아 있다. 파루와 인정은 단순한 시간 알림을 넘어 하루를 정리하고 새날을 여는 의식이었다. 오늘날 12월 31일 자정에 울리는 제야의 종도 바로 이 전통에서 이어진 것으로 한 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을 함께 알리는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