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가 난 울산화력발전소는 한때 국내 최대 규모의 중유발전소였다.

한국동서발전에 따르면 지난 6일 사고가 발생한 울산화력발전소는 1981년 준공돼 40여 년간 전력을 생산하다 2022년 퇴역했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1980년대, 울산공단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세워진 이 발전소는 ‘제2기력발전소’로 불리며 당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기력발전은 중유(벙커C유)를 연료로 태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준공 당시 국내 전체 전력의 15%를 생산하며 조선·석유화학·정유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몰린 울산 남구 산업단지의 전력 공급을 책임졌다.
당초 울산화력발전소는 총 6기로 운영됐다. 1~3호기는 2013년 말 가동이 중단돼 2014년 5월 폐지 승인을 받았고, 그 부지에는 948MW 규모의 LNG 복합화력 발전소가 신설돼 현재 운영 중이다.
이후 4~6호기 역시 41년의 설계 수명을 마친 뒤 설비 노후화와 환경 문제로 2021년 가동을 멈추고 2022년 2월 퇴역이 확정됐다.

◈ 2022년 퇴역 후 해체 중…복합·수소 혼소 발전소로 전환 추진
한국동서발전은 울산 기력 4·5·6호기를 해체하고, 같은 부지에 1000MW급 한국형 복합발전소와 400MW급 수소 혼소 복합발전소를 조성하는 친환경 전환 사업을 추진해왔다. 중유 대신 천연가스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저탄소 발전 방식으로 전환해 울산을 ‘친환경 에너지 거점’으로 재편하는 것이 목표다.
해체 공사 기간은 27개월로 설정돼 2026년 3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었다. 이번 붕괴 사고는 이 철거 공정의 일부인 ‘사전 취약화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취약화 작업’은 대형 철골 구조물을 발파로 해체하기 전 기둥과 철골을 미리 절단해 하중을 줄이는 과정이다. 전체 철거는 보일러 타워를 먼저 해체한 뒤 대형 굴뚝을 폭파하는 순서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이번 사고가 난 보일러 타워는 5호기로, 오는 16일 철거가 계획돼 있었다.
◈ 5호기 보일러 타워 붕괴…“기둥 절단 과정서 무너진 것으로 추정”
이번 사고가 발생한 구조물은 5호기 보일러 타워로 높이 60m 규모의 철골 구조물이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작업자들은 약 25m 높이에서 절단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며 구조물 일부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면서 순식간에 무너졌다.
소방당국은 “기둥 절단 후 흔들림이나 기울어짐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약화 작업 중 철골 기둥의 지지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잔여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매몰된 작업자들은 당시 상부 작업대에 머물러 있었으며 구조물이 기울어지는 상황에서도 대피할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로 인해 일부 구조물이 주변 설비에 영향을 주면서 현장 진입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 전력 공급엔 영향 없지만, 공사 중단 불가피
울산화력발전소 전체 가동이 중단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고로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몰자 수색과 구조가 완료된 이후 사고 구역 전체에 대한 정밀 점검이 이뤄질 예정으로, 해체 공정은 일정 기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노후화된 대형 철골 구조물의 안전성 검토와 향후 발파 일정 재조정도 불가피해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