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아침 공기가 매서워질수록 수험생 부모들의 손길도 분주해진다. 수능 도시락을 준비하는 일은 그만큼 신중하다.
하지만 정성껏 싸준 도시락이 오히려 수험생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거나 속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 의외로 많은 부모들이 놓친다. 시험 날에는 소화가 잘되고,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으며, 졸음을 유발하지 않는 메뉴가 중요하다. 반대로 다음 다섯 가지 음식은 피하는 편이 좋다.
◆ 기름진 튀김류 — 소화 불량의 주범
돈가스, 치킨, 새우튀김처럼 기름에 튀긴 음식은 보기에는 든든해 보여도 소화 속도가 매우 느리다. 특히 아침 공복에 먹으면 위산이 과도하게 분비돼 속이 더부룩해질 수 있다. 튀김류는 식으면 눅눅해져 맛도 떨어지고, 시험 중 소화가 덜 돼 배에 가스가 차거나 속이 답답해지는 경우가 많다. 단백질을 보충하고 싶다면 구운 닭가슴살이나 달걀찜처럼 기름을 최소화한 메뉴가 훨씬 낫다.

◆ 매운 음식 — 자극으로 인한 긴장감 상승
매운 오징어볶음, 김치찌개, 고추장양념 고기 등은 평소에는 입맛을 돋워주지만 시험 당일에는 금물이다. 캡사이신은 위 점막을 자극해 속쓰림을 유발하고, 자율신경을 흥분시켜 심박수를 높인다. 시험 중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자극성 음식은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고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담백한 간장양념이나 들기름 무침 정도로 맛을 조절하는 게 좋다.
◆ 달달한 디저트 — 혈당 급상승 후 급격한 졸음
초콜릿, 케이크, 단팥빵처럼 당분이 많은 음식은 시험 직전 먹으면 일시적으로 집중력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급격히 오른 혈당은 곧 떨어지며 졸음과 피로감을 유발한다. 특히 점심 도시락 후 이런 간식을 먹으면 오후 국어·수학 시험 시간대에 졸음을 참기 어려워진다. 당분을 보충하려면 바나나 한 개 정도로 충분하다. 바나나는 천천히 에너지를 공급해 집중력을 안정시킨다.
◆ 국물 요리 — 냄새와 온도, 그리고 위에도 부담
국이나 찌개류는 도시락에 담기 어렵고, 식으면서 지방이 굳거나 냄새가 강해져 먹기 불편하다. 또 소금기가 많아 수분이 과도하게 필요해지고, 시험 중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국물 대신 수분이 적은 반찬, 예를 들어 애호박볶음이나 가지나물처럼 촉촉한 채소 반찬을 넣으면 부담이 줄고, 식감도 부드럽다.

◆ 유제품과 생과일 — 배탈 위험 높아
요거트, 우유, 생과일은 아침 공복에 먹으면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장을 자극할 수 있다. 특히 긴장 상태에서는 평소보다 위장 기능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평소에 잘 먹던 음식도 소화불량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비타민을 보충하고 싶다면 데친 브로콜리나 삶은 고구마처럼 안정된 식재료로 대체하는 것이 현명하다.
◆ 피해야 할 음식보다 중요한 건 ‘평소처럼 먹기’
시험 당일만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위험하다. 평소 먹던 음식이 아닌 새로운 메뉴는 위에 낯설게 작용해 예기치 못한 소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며칠 전부터 실제 도시락 메뉴로 점심을 먹어보고, 속에 부담이 없는지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