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회동' 후 깐부치킨 대박났다…배달 검색어 1위 기록

2025-11-01 17:38

'치맥 회동' 후 소비자 관심 폭증

깐부치킨이 하루아침에 ‘성지’로 떠올랐다. 지난 30일 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한자리에 모이면서다. 세 명 모두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거물급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선택한 공간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쏠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AI(인공지능) 깐부’라 불리는 이번 회동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상징성을 남겼다. 협력의 의미를 담은 ‘깐부’라는 이름이 AI 동맹과 절묘하게 맞물리며, 브랜드 자체가 거대한 서사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회동 이후 ‘깐부치킨’은 전국적인 검색어로 떠올랐고, 배달앱 인기 메뉴 순위에서도 1위에 오르며 사실상 ‘경제계 성지’로 자리 잡았다.

배달의민족은 이 같은 관심에 맞춰 메인 화면에 깐부치킨 아이콘을 배치하고, 매장 픽업 시 3000원 할인 쿠폰을 배포했다. 소비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주문량이 크게 증가했고, 깐부치킨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거나 SNS에 ‘AI 깐부 회동 인증’을 올리는 이들도 늘었다.

깐부치킨은 2006년 수지 성복점에서 시작된 치킨 프랜차이즈다. 대표 메뉴는 깐부통닭, 빠삭커리네치킨, 크리스피순살치킨 등이며, 전국에 약 18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도 3곳이 진출했다. 브랜드명 ‘깐부’는 “어릴 적 새끼손가락을 걸고 한 편이 되던 친구, 동지”를 뜻한다. 이번 ‘AI 깐부’ 회동으로 그 상징성이 새롭게 부각됐다.

흥미로운 점은, 정치권에서도 ‘치맥 회동’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장소는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2021년 9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광진구 ‘바른치킨’에서 치맥 회동을 가졌고, 이 만남을 계기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야권 통합의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당시엔 ‘광진구의 한 치킨집’ 정도로만 언급됐을 뿐, 브랜드는 화제가 되지 않았다. 2023년 8월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의 ‘화합 치맥회동’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인물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식당은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AI 산업의 핵심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그 순간, 장소와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겹쳤다. “우리는 한 편”이라는 뜻의 깐부와 AI 협력이라는 주제가 맞물리며, 단순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한국 기술 산업의 상징적 무대가 된 셈이다.

황 CEO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참석을 위해 방한해 약 1시간 동안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 회장, 정 회장과 ‘치맥 회동’을 가졌다. 그는 맥주잔을 들어 건배한 뒤, 맨손으로 치킨을 집어 먹으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회동을 마친 뒤에는 매장 밖으로 나와 시민들에게 직접 치킨을 나눠주기도 했다.

황 CEO는 다음 날인 31일, 포항경주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출국 전 의전실에서 컵라면으로 마지막 식사를 했다는 사실도 알려지며 화제를 더했다. 그의 방한 마지막 한 끼가 컵라면이었다는 점은, ‘AI 깐부 회동’의 여운을 더욱 짙게 남겼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